[근로자의 날] 근로자는 무엇을 원하나
응답자 절반이상, 방해 요인으로 일·근무시간 꼽아
유연근로제·기업문화 개선...노동생산성 향상 과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2018년 근로자의 날 정부포상 시상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4.30. / 뉴시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2018년 근로자의 날 정부포상 시상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4.30. / 뉴시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똑! 소리나는 업무, 톡! 소리없는 퇴근' '회사에선 가치있는 사람, 가정에선 같이있는 사람'.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공모한 '일·생활 균형 슬로건' 수상작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을 하자는 것인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충북지역 기업의 워라밸 실태를 점검했다.

# '시간마름병' 시달리는 근로자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천764시간)보다 많다. 충북도 예외일 수 없다.
 
청주상공회의소가 충북도내 300개 기업 관리자와 6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한 결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시간마름병'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왔다. 시간마름병은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원이 건강상의 문제와 관계 단절, 소외, 사망 사고 등 과로가 유발하는 질병을 통칭해 사용하며 확산된 신조어다. 지난해 연말 청주상공회의소가 충북 기업의 워라밸 현황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근로자들은 일·생활 균형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일'과 '긴 근무시간'을 꼽았다.
 
갈등 원인을 '일'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리쿼드 5점 척도를 기준으로 생산직군(2.5)보다 사무직군(2.53)이, 남성(2.47)보다 여성(2.58)이 많았다.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일·생활 균형에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중은 2.79로 생산직과 사무직 모두 높게 나타났으며, 남성(2.83) 비율이 높았다. 남성과 여성 모두 장시간 근로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 적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 기업관리자와 근로자의 '인식 격차'

기업 관리자와 근로자의 인식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충북지역 가족친화인증기업과 기관은 189개소, 일·생활 균형 캠페인 참여 기업은 69곳으로 늘어났다. 일·생활 균형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조사진흥부장 / 중부매일DB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조사진흥부장 / 중부매일DB

설문 응답 기업의 대부분(88.74%)이 유연근로제도(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하고, 74%가 초과근무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52%(도입 기업 47.7%),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60.9%(도입 기업 38.2%)에 달했다.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도 51%(도입 기업 48.4%)였고, 육아휴직자의 업무공백을 처리하는 방식도 '남은 인력끼리 자체 해결한다'는 응답이 2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충북지역 기업 종사자들은 일·생활 균형을 위한 대안으로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30.3%), 유연근로제 확산(17.4%), 사회 인식 및 기업문화 개선(15%)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상천 조사진흥부장은 "결국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쉼표 있는 삶,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근로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