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맑고 달 밝다는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에는 제2의 고향삼아 창작활동을 벌이는 예술가들이 꽤 많다.
 제천 백운산자락에 터잡은 판화가 이철수씨야 이젠 충북사람꼴을 완연히 갖추었고 괴산 폐교서 작업하는 황창배씨도 지역민들에게 낯익다. 또 얼마전에는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씨가 단양군에 음악실을 열고 이곳을 한국 록음악의 산실로 가꾸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월악산, 충주호 등의 자연경관을 갖춘 충주지역 또한 수려한 풍광과 넉넉한 인심에 반한 외지 예술인들의 터잡기가 계속되고 있다. 동량면 화암리의 문은희ㆍ손수영 화백, 엄정면 미내리에 정착한 전승각ㆍ박불동 화백, 솟대작가 윤영호씨, 서양화가 양성모ㆍ최일선 부부, 조각가 홍영주씨, 신범승ㆍ김용중 화백 등등이 많은 지역미술계 인사들과 함께 충주지역 화단을 풍요롭게 일구고 있다.
 하지만 지역출신과 외지 예술인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이 펼쳐지는 충주시에는 번듯한 전시공간 하나 마련돼있지 않다. 그나마 하나 있는 문화회관 전시실은 천장이 낮고 조명이 빈약해 전문 전시공간으로는 부적합하다. 또 간이 전시공간으로는 시의회 로비와 KBS전시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청주지역에서도 잇따르는 이같은 전시공간은 말그대로 「간이」일뿐 전문적인 전시공간이 될수는 없다.
 이같은 형편 때문에 충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이 개인전을 청주나 서울 등 외지에서 열고있는 실정이다. 개인전이라면 작가 개인에게는 작품활동의 결산이지만, 자신의 작품활동을 성원하고 평가해줄 일반시민-미술애호가들과의 대화의 장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이벤트이다. 시민들로서도 동시대를 살고있는 내 주변의 예술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형상화시켰는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하지만 전시공간의 부족은 창작자와 시민간의 상호소통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이같은 점에서 미술관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문화기반시설이자, 창작물과 세상의 만남을 매개하는 중간지점으로서 중요성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문화향유와 문화체험이라는 소중한 권리 또한 충족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각한 문화기반시설의 열악함을 타개하는 한 방법으로 충주 시립미술관 건립을 촉구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충족시키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의지가 요구되는 것.
 물론 내실있는 미술관을 건립ㆍ운영하는데는 만만치않은 예산이 요구된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전환과 문화예술증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확고한 신념이 선결조건이 된다. 많은 예술인ㆍ지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립 미술관이나 청주시립미술관 하나 갖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도는 물론 청주시에서도 엄두 못내는 일을…」이라는 소극적 사고는 떨쳐야한다. 문화예술을 위한 사업은 각 자치단체의 차별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미래지향적 사업이 된다. 어려운 살림살이에서도 요령을 내고 지혜를 모아 미래에 투자하는 충주시의 용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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