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재해대책협의회가 지난 12, 15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언론사가 모금한 가뭄극복 성금 1백억원을 각 시·도에 지원함에 따라 충북도에도 10억1천8백만원의 성금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암반관정개발비 7억6천만원과 양수장비 5백16대 구입에 2억5천8백만원을 지원했다. 이중 20일 현재 도에서 지원한 양수기가 3백9대, 나머지 분량은 내일 각 시·군에 전달될 것이라는게 도의 설명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전 국민의 애간장을 태웠던 가뭄을 생각하면 국민들의 마음이 담긴 양수기와 암반관정개발비 지원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지난 18, 19일 호우로 일부 지역에서는 물난리까지 겪은 처지고 보면 장마철에 가뭄대책비 집행이 어딘가 아귀가 안 맞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도에서는 암반관정개발의 경우 하상굴착과는 달라서 절기에 구애받지 않는 항구적 대책사업임을 밝히고 있다. 양수기 보급 또한 즉각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성금이 집행 보류되지는 않는다는 것.
 여기에 시·군별로 암반관정개발과 양수기 구입을 위해 예산을 선집행하고 사후 정산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니 올해의 경우 오랜 가뭄 끝에 발생한 의외의 호우가 문제였을 뿐 국민성금의 집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또한 전국재해대책협의회가 8일 성금 모집을 시작한 뒤 16일 충북도가 각 시·군에 이를 송금했으니 최소한 일주일이 소요된 셈이다. 그러니 전국에서 푼돈으로 모인 1백억원이 집행되는데 그리 허송세월한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타는 들녘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세상을 등진 농민까지 있었던 지난 가뭄의 경험은 다단계에다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는 성금 집행과정을 효율적으로 정비하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과 의연금 중앙일원화 원칙 등에 의거해 실시되는 국민성금 모집 및 지원에는 모두 7개 기관이 관여, 8단계의 행정적 절차가 이루어지게 된다.
 즉 국민들이 언론사에 가서 돈을 내게 되면 전국재해대책협의회-중앙재해대책본부-보건복지부-전국재해대책협의회-시·도-시·군·구를 거쳐 이재민에게 도달하는 식이다.
 이중 각 단계별로는 의연금품 모집신청과 허가, 피해조사 및 의연금 배분안 통보 등의 복잡한 절차가 요구돼서 아무리 서둔다 해도 최소한의 시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천재지변성 재해발생시 어김없이 뒤따르는 국민적 모금운동은 언제나 뒷북을 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가뭄을 계기로 성금 지원체계의 개선책이 논의돼야 할것이다. 언제고 요긴하게 쓰인다는데 위안을 삼기에는 가뭄이나 수해 등으로 인한 상처는 너무 절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지원체계를 탓하기 전에 더 이상 국민들이 모금대열에 서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일만 터지면 국민들 호주머니나 바라보는 그런 무기력한 정부 말고 사전에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의연한 정부를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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