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생활에 있어 휴식은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삼라만상은 일과 휴식을 반복한다. 따라서 휴식은 단지 놀자는 뜻이 아니라 다음 일을 하기 위한 재충전이요 「리크리에이션」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재창조를 위한 필수 불가결의 요소다.
 조선조에서는 관리들이 열흘에 한번씩 쉬는 순휴(旬休)라는 것을 실시하였다. 태종은 즉위하여 이 제도를 실시하였는데 원래는 송나라 태조때 부터 시행하던 관습이었다.
 순휴 등 휴무일에는 금형일(禁刑日)이라 하여 죄인을 문초하거나 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를 쉬나 당시에는 한달에 세번을 쉬는 3가일(三暇日)제도를 택했던 것이다.
 태종 15년에 사신으로 와 있는 왜인(倭人) 우원지(禹原之)가 간청하여 휴가를 주었다. 대마도에 살고 있는 우원지의 어미는 72세의 고령인데다 장인이 별세하여 특별 휴가를 준 것이다.
 그런데 혹간은 꾀병으로 휴가를 청하다 발각이 되는 수도 있었다. 병조에서 태종에게 아뢰기를 군사들이 근무를 서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이 별로 없는데 간혹 질병을 사칭하여 휴가를 얻는 자가 있다고 했다.
 그 뒤로는 의원을 보내 병세를 진찰케 했고 만약 꾀병이 탄로날 경우엔 그에 상응한 벌을 내렸다.
 휴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馬)에게도 주었다. 활쏘기 등 군사훈련에 말이 매일 동원되면 그 힘을 잃게되므로 때때로 쉬게하였다.
 세종은 신하인 허지에게 휴가를 주어 평산 온천에서 쉬도록 했다. 더불어 약을 내려주고 황해도 감사를통해 술과 음식물을 내려 주었다.
 세종은 과거를 보려하는 말직의 신하가 있으면 특별 휴가를 주었다. 전사녹사(典祀錄事)로 있는 장경지(張敬止) 등 7인의 신하가 과거를 보고자 하니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을 준 것이다.
 세종4년, 예조에서 계하기를 『성균관의 생원과 학당의 생도들이 휴가가 없으므로 능히 어버이를 뵈옵지 못하고 옷을 세탁하지 못하므로 원컨데 옛 제도에 따라 매월 초8일과 23일에 휴가를 주소서』하고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푸른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여름이 오면 명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 기억을 상기시킨다. 양 부모간의 애정관계와 자녀의 로맨스가 뒤엉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 영화는 젊은 연인들의 가슴에 사랑과 여름과 피서지의 낭만을 두고 두고 각인시키고 있다.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준 오드리 햅번의 청순미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름휴가가 닥쳐왔는데 추억의 바닷가에는 푸른 파도만이 넘실대는게 아니다. 교통지옥에다 무질서, 그리고 바가지 상혼 등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든다.
 오죽하면 「휴가길」이 「고생길」로 비유될까. 시원한 계곡을 찾아 게걸스럽게 수영을 할 것이 아니라 탁족(濯足)으로 자족한 선인들의 여가 문화를 본받아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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