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부녀자·어린이...이렇게 참혹하긴 처음
대부분 부녀자·어린이...이렇게 참혹하긴 처음
  • 이지효 기자
  • 승인 2018.05.20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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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설화산 폐금강 67년만에 유해 발굴
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6·25희생자 진실규명 현장조사
보도연맹 부역혐의 가족까지 몰살...유해 200여 구 중 80%가 '여성'
충북도 단양 곡계굴·보은 아치실 피해지역 현장조사 진행 시급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의 것으로 발굴현장에서 은가락지도 발견됐다. / 박선주 단장 제공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의 것으로 발굴현장에서 은가락지도 발견됐다. / 박선주 단장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폐금광에서 67년만에 수습된 유해 200여 구 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로 확인돼 6·25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진실 규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한국전쟁기 중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폐금광에 확살돼 매장된 유해발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발굴된 유해는 아산시 공설 봉안당에 옮겨져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감식하고 인류학적 조사와 사진촬영 및 유해보관 등의 과정을 거치고 지난 5월 14일 안치식이 거행됐다.
박선주 단장은 "아산 폐금광 사건은 한국전쟁시기 보도연맹과 부역 혐의 등을 이유로 벌어진 민간인학살에 이어 부역혐의자 가족들까지 몰살한 경우로 보인다"며 "유해발굴 현장조사 결과 두살배기 어린아이부터 부녀자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박 단장은 "수많은 발굴을 했었지만 이렇게 참혹한 광경은 처음"이라며 "대부분 남성의 유해를 수습한 적은 많지만 부녀자와 어린이가 더 많이 발굴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해 중 부위가 확인된 뼈는 3천246점이고 학살된 최저인원은 모두 208명이다. 어른이 150명이고 아이는 58명으로 추정했다. 특이점은 어른중 남성이 15~16%이고 여성이 84~85%에 달한다는 것이다. 

희생자의 나이는 남성의 경우 10~20대와 50대가 주를 이르며 여성의 경우는 18~24세 정도가 68%에 달했고 어린아이의 경우 6~9세가 56%를 차지했다. 박 단장은 "사망원인은 아군 소총에 의한 것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사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로 4m, 세로 6m, 깊이 4m의 작은 굴 둘레에 민간인들을 세워 놓고 근거리에서 총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들이 제멋대로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유해와 같이 출토된 551점의 유품은 무기류와 개인 용품이 주를 이뤘다. 개인용품으로는 여성의 비녀 89점과 귀이개가 출토됐는데 이 중 확인이 가능한 은비녀가 54%에 이른다. 이는 희생자의 혼인여부와 어린아이 뼈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례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희생자가 희생된 계절을 추론할 수 있는 단추류도 다수 출토됐다.

박선주 교수

박 단장은 "출토된 유해로 보아 희생자는 80%가 여성이었으며 대부분 젊은 어머니들로 희생당한 아이들은 그들의 자식으로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가 같이 학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열린 안치식에서는 아산 유족을 비롯한 한국전쟁 전국 유족회 유족들과 아산시 관계자, 아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유해는 아산경찰서 협조로 5대의 리무진에 나눠 모셔져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추모의집 내 '한국전쟁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에 봉안했다. 

김형태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공동대표(변호사)는 "이번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도 유족들의 절박한 요구에 힘입어 국가책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2014년도부터 시작된 민간 차원의 과거청산작업의 일환"이라며 "아직도 전국에는 150여 곳의 유해 매장지가 방치된 채 인위적, 자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국회를 대신해 유족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져 준 아산시를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충북에서도 아직 유해가 발굴되지 않은 곳이 있다"며 "단양 곡계굴 사건과 보은보도연맹사건(내북면 아곡리 아치실 방앗골)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유해발굴 조사배경 및 목적은

20180307 아산 유해 발굴현장2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마구 묻혀진 유해들을 수습하고 있다. / 박선주 단장 제공
20180307 아산 유해 발굴현장2 :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충남 아산시 배방읍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마구 묻혀진 유해들을 수습하고 있다. / 박선주 단장 제공

한국전쟁 전 후 많은 민간인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채 지하 광산이나 이름 모를 산야에 버려져 2005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설립된 후 비로소 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에 대한 유해발굴이 시작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전국 168개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한 뒤 그 중 30개의 집단희생지를 선별한 후 우선적으로 10개 지역, 13개 지점에 대한 발굴조사를 3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201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을 종료 후 국가 차원의 유해발굴조사는 멈춰져 있는 상태다.

이들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먼저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유해발굴은 아산유족회의 지속적인 요구를 아산시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2014년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과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그 중 직접 유해발굴사업을 지원한 것은 아산시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산시는 이에 2018년도 지방보조금 1억1천400만원을 지원했다.

 

사건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정부가 나서야

# 인터뷰-박선주 단장

박선주 단장이 아산시 설화산 폐금강 유해 발굴 현장 사진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박선주 단장이 아산시 설화산 폐금강 유해 발굴 현장 사진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이지효

"이번 발굴을 계기로 국회는 입법을 통해 한국전쟁민간인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야 하며 정부 역시 미해결된 과거청산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선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은 "이번 발굴에서 보여주듯이 유해는 오랜 시간이 경과되면서 온전하게 남아있지를 않았다"며 "사건 당시 협소한 장소에서 학살이 이뤄진 뒤 집단으로 유기됐기 때문이며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훼손이 심각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국가는 전국 산하에 방치된 유해들에 대해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희생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서둘러 유해발굴조사에 나서야 하는 분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아산지역 부역혐의사건'으로 이름 붙여 조사 했지만 제주 4·3사건이나 노근리 사건처럼 이번 사건에 대한 성격과 피해규모, 상징성 등을 고려해 사건명을 다시 명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아산 설화산 집단학살 사건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집단에 의해 살해, 유기된 천인공노할 사건"이라며 "전쟁 중이더라도 자국민에 대한 대규모 학살은 용인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반인륜적·반인권적 범죄"라고 공분했다. 

박 단장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아산지역 부역혐의사건으로 조사해 일정한 결론을 낸 사건이지만 발굴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된 증언과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심층적인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며 국가 정체성 확립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신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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