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2002년도 여성관련 예산 일부를 삭감한 것과 관련, 도내 여성계 대표들이 도의회를 항의방문하고 속기록 공개 및 관련 의원 해명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은 여성지도자 육성을 위한 차세대 여성아카데미 사업비와 농촌여성 경제활동 및 사회서비스 활용실태 조사, 여성장애인 실태조사 등의 사업비 각 1천만원과 여성폭력추방주간 행사비 5백만원 등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계상된 여성관련 예산은 20여억원으로 총예산의 0.3%에 불과하다. 그 중 4개 사업에 3천5백만원이라면 사실 적은 규모이다. 또한 행사 및 기초조사 사업이니 당장 예산집행이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내 여성계대표들이 득달같이 도의회를 찾아가고 적잖은 이들이 함께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3천5백만원이라는 수치에 숨은 상징적 의미와 문제들 때문이다.
 이번 삭감에 대해 도의원들은 농촌여성 경제활동 및 여성장애인 실태 조사 등이 농정국과 사회과 등 해당 부서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여성정책의 당면과제와 취지에 무지한 단견의 소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 여성부가 신설되고 도 여성정책관실이 활동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남성 위주의 현실 속에서 소외당하는 여성을 위한 「별도의」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시행하는데 있다. 가령 농업인과 경제인이라는 큰 범주 속에 위치하지만 일반적인 정책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정책적 수요를 갖고있는 여성에 대해 일종의「괄호치기」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농업현장에서 여성농업인의 실태 및 애로점을 파악하거나 장애인의 정확한 성별 분포와 현황을 밝히는 기초조사 등은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발굴 차원에서 긴요한 사업이 된다. 그런데도 종합 기획과 정책개발을 위한 이러한 사업의 예산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여성정책의 주류화라는 도 여성정책의 기본 취지는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종전 하던대로 「요보호여성」 사업이나 하고 몇몇 행사나 챙기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련 사업들은 충북도가 도내 여성계와 학계 등을 대상으로 광범하게 여론을 수렴한 뒤 의욕적으로 밝힌 충북여성발전 3개년 계획의 첫 해 사업들이었다. 따라서 실현가능한 정책대안 발굴을 위해 머리를 맞댄 여성계로서는 차후 예산반영 미흡으로 인한 여성발전계획의 전반적 차질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또한 도의회의 홀대에 대한 여성계의 분개도 수긍할 만하다. 선심성·전시성 예산으로 지적받는 덩치 큰 예산은 그대로 두고 총예산 0.3%에 불과한 여성관련 예산을 기어코 손댄 것은 아무래도 현실적 발언력이 약한 여성 전반과 여성계를 감안한 것이라는 혐의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일은 여성 정책에 관한 도의회의 인식전환이 시급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도의회에 대한 여성들의 의구심과 실망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도의회는 여성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더욱 진지한 고민과 실천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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