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역시나 올해도 각 신문마다 방학책을 받아들고 환호하는 초등학생들의 해맑은 얼굴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이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번거로운 규칙과 학습부담으로부터 놓여나게 됐으니 바야흐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학부모들로서는 어떻게 하면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게 할 수 있을까 자못 고민이 깊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로운 휴식을 취하면서도 학습의 연장선상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긴장과 이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지만 무한정으로 늘어지려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채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들간에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두고 먼저 머리를 맞대는 것도 현명할 듯 싶다. 지난 학교 생활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방학 동안 꼭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꼽아보고 우선순위를 세우는 작업은 겨울방학 보내기에 대한 부모 자식간의 공감대 형성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자녀들 스스로 여유 시간을 통제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자율적 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 교육적이다. 더욱이 이는 자녀들의 상급 학년 진학에 따른 학습부담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동기부여나 학습만족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도한 학습을 강요하게 되는 잘못도 사전에 걸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것처럼 다채로운 자연 체험과 문화 경험은 학교와 학원, 집 만을 쳇바퀴처럼 오갔던 학생들의 감성을 계발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특히 권장할 만하다. 책과 컴퓨터에 빼앗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자연으로 돌려주고, 학교생활과 학습부담에 쫓겼던 마음에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사랑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알찬 결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겨울방학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다. 빈 집에 아이들만 덜렁 남겨두고 직장으로 나서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겨울방학은 이 땅에서 아이 기르기의 어려움을 절감하는 시간이 될 뿐이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학원을 빙빙 돌면서 시간을 때워야하는 「열쇠아동」의 피곤한 하루살이나 시골 외가, 친가 등지로 보내져야 하는 가족간 생이별의 풍경들은 자녀교육과 양육의 모든 것을 학교와 부모들에게만 일임하고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우리 사회의 무심한 일면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이 없이 어린 학생들끼리만 긴 겨울을 나야 하는 소년소녀가장이나 결손가정 아동들의 고충은 우리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비록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을 위해 부족하나마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나 따뜻한 한 끼 밥과 공동체공간을 제공하던 학교가 동면에 들어가는 그때부터 이들은 생존의 고달픔을 일찌감치 체득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겨울방학 동안 외로움에 떨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사회복지시설, 교육청 등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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