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국민 각자가,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떠맡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 바야흐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이루어지게 됐다. 현재 민간기관이 93.4%를 담당하고 있는 보육부문에 예산을 투입, 형태는 민간경영방식으로 두면서도 실질적으로 공보육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의 보육정책 종합대책 5개년계획이 여성부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민간보육의 공보육 전환은 내년부터 2006년까지 보육의 각 부문에 대한 예산 투입을 통해 실현된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온 영아 보육 시설의 확충과 직장 여성을 위한 야간 보육체계의 실현, 방과 후 아이들을 위한 시설 마련 등이 뼈대를 이룰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지난 95년 이래 확립된 민간보육에서 탈피, 일부 유럽국가와 같은 「국가보육」으로의 전환을 이루게 될 이번 5개년 계획은 여성인력 활용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출산, 양육을 위해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의 짐을 국가가 나눠 갖게 된다면 대졸 20~35세에 경제활동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M 커브」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세계적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여성의 육아부담 해결이 한국경제 도약의 필수 요소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한국의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54%를 90%대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리라는 것이다.
 올해 첫 출범한 여성부가 지난 7월 2001년을 「남녀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원년」으로 선언한 것이 상징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평등을 향한 적지않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사적 영역,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돼왔던 양육·보육의 문제를 공적 범주로 위치시키려는 문제제기와 함께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았었다. 여성부 주도로 합의를 이룬 실질적인 공보육 전환은 바로 그 같은 노력들이 어렵사리 결실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부터 4백9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하위 20% 저소득층 가정의 만5세 어린이들이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을 받게 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보육 관련 5개년 계획은 현재 예산 산정조차 되지 않았으며 복지부, 예산처, 행정자치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은 물론 복잡한 업무통합 및 분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보니 부처간 의견 조정 과정에서 공보육의 원론적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강요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따라서 공보육 체계 전환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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