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새 날이 밝았다. 모질고도 힘들었던 날들은 가고 또 다른 날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저 태양을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지난 신사년, 우리가 넘어섰던 건 감당하기 힘든 깊은 절망과 패배, 끝간데 모를 거짓과 싸움들이었으니 새롭게 시작되는 임오년의 새 날, 어찌 두려움 없이 희망과 벅찬 기대를 품을 수 있겠는가.
 이 즈음에서 우리는 분명 냉철하게 우리의 자리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새 날의 기대가 아무리 크다 한들 대내외적 위기상황의 어두운 그림자를 홀연히 걷어내지는 못할 것이며, 새로운 희망이 아무리 절실하다 한들 임오년 문턱까지 따라온 신사년의 모진 악연을 간단하게만 제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결연한 다짐과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에두를 일 없이 단언컨대,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다.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웃으며 모진 세월을 이겨냈던 우리 민초들에게 절망의 뒷걸음질이란 있을 수 없다. 세계사의 급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민족의 자존과 국가적 번영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이란 결코 우리 앞길에 예정돼 있지 않은 것이다.
 「변화」를 우리 삶의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절실한 당위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로의 변모, 중심화와 주변화의 혼돈스런 섞임,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식의 전면화 등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돌이켜보건대 우리 삶이 그토록 흔들렸던 건, 변화된 그릇에 여전히 그대로인 내용물이 담겼던 때문이었다. 합리적 민주주의 원칙은 애써 만들었지만 전근대적 권력독점과 남용이란 내용물을 버리지 못했었다. 거대한 빌딩 숲처럼 경제의 덩치는 커졌지만 모두가 고루 잘사는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패착이었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는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환골탈태하는 모진 실천이 필요하다. 일신 우일신의 지혜는 선조들의 기품 서린 충고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절박한 생존전략으로 채택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문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변화란 변하기 전의 지점과, 그 변화의 축이 향하는 다른 지향점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변해야 산다」는 올해의 화두는 필연적으로 우리를 성찰하고 미래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세울 것을 요구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현재 지점은 어디인가를 명확히 파악한 연후에 나와 너, 우리가 가야할 지점은 어디인가를 적확히 겨냥한 변화만이 우리를 무궁한 발전과 뿌듯한 자기긍정의 지평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눈과 발이 모이는 월드컵,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양대 선거, 그리고 국운을 걸고 재도약시켜야 하는 경제 등 쉽지 않을 과제들이 우리를 시험할 것이다. 그릇된 것은 내치고 올바른 것을 취하며 모두가 함께 승리하는 변화를 통해 그 시험을 이겨내고 역사 앞에 우뚝 서리라는 결의를 임오년의 새 태양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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