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옥천 지역 유치원과 고등학교가 1일부터 전면 무상 급식에 들어갔다. / 옥천군청
옥천 지역 유치원과 고등학교가 1일부터 전면 무상 급식에 들어갔다. / 옥천군청

충북에선 처음으로 옥천군이 이달부터 전면적인 고교무상급식을 실시키로 했다. 옥천군은 관내 유치원·초·중학교·고교의 원아와 학생 4천437명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친환경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합의에 따라 초·중학교 17곳(3천368명)에서만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옥천군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내년부터는 충북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양자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충북교육감 선거에서 김병우 후보와 심의보 후보 모두 고교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고교무상급식은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도내 10개 시·군 학부모연합회 회원 3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2.7%가 고교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원했다. 예전엔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전매특허였던 고교무상급식 공약이 이젠 이념적 구분 없이 교육감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교무상급식을 학부모들이 원하는데다 유치원·초·중 무상급식이 이미 보편화돼 전국에서 안정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짜로 밥을 제공한다는데 마다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서민가계엔 학교 급식비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관건은 재원이다. 지난해 예산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에 2조9311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무상교육(연간 2조4천억원 추정)과 무상보육(누리과정·3조8294억원) 예산도 만만치 않다. 모두 합쳐 약 9조원이 필요한 셈이지만 교육복지 확대로 교육재정은 빡빡하다고 한다. 이처럼 예산이 크게 소요되다 보니 이전 두 차례 지방선거에선 무상 카드를 들고 나온 후보들을 두고 보수 교육계와 정치권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2010년 6월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중도 사퇴한 것도 무상급식 때문이다. 당시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 안을 의결하자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까지 부쳤다가 투표율이 기준치에 미달하면서 오 시장이 물러났다.

충북도 지난 2015년 무상급식 분담금 문제를 놓고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끊임없이 갈등과 대립을 빚다가 도민들의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1년여 만에 간신히 매듭을 지었다. 고교무상급식으로 확대하면 재원 분담비율을 놓고 충북도와 또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옥천군 전면무상급식도 운영·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식품비의 75.7%를 군과 도가 6대 4의 비율로 분담하는 방식이다. 충북교육청의 예산만으로 초·중 특수학교·고교 학생 전체 무상급식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재부가 반대하는 등 정부부처에서도 이견이 있다. 교육복지와 노인복지의 우선순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친환경 먹거리로 학교에서 마음껏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소중한 교육복지다. 하지만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후보들이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이 없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그래서 전면적인 고교무상급식 시행은 교육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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