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문명의 기둥 위에 태어난 문명의 산물이다. 현대인들은 한시도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이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애물단지」로 여겨질 때가 많다. 자동차 세금에, 보험료에, 수리비에, 기름값에 허덕이는 것은 접어두더라도 교통사고에, 주차전쟁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이런 이유로 승용차를 갖고 있으면서도 버스나 택시를 타는 예가 많다. 개인에 따라서 사정이 약간씩 다르겠지만 음주운전이나 주차료 부담 등이 그 주된 이유다.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30분에 5백원~1천원 정도의 주차료를 받고 있으니 영 마음이 편칠 않다. 몇시간 주차를 하게되면 택시비나 그게 그거다. 도로변에 슬쩍 주차를 할라치면 신경이 보통 쓰여지는게 아니다.
 벌금딱지는 약과다. 잠깐 볼일을 보았는데 차가 없다. 알고보니 견인을 당한게다. 얼마전 충주에서는 유아 탑승차량이 견인을 당해 말썽을 빚었었다. 누구나 자식 있기는 마찬가진데 말이다.
 접촉사고 등 교통사고는 오너 드라이버의 큰 걱정꺼리다. 간선도로에서 접촉사고가 날 경우 서로 상대방 잘못이라고 우기기가 예사다.
 게다가 함정단속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교통 경찰관이 이것 저것 따지면 안 걸리는게 용할 정도다.
 교차로에서 운전자와 교통 경찰관이 실랑이를 가장 많이 벌이는 것은 아무래도 신호위반 여부다. 대기선에서 노란 불이 들어오면 스톱을 해야 하지만 교차로를 통과하는 도중 들어오면 그냥 통과해야 한다.
 노란 불만 믿고 무작정 정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뒤에서 트럭이 쏜살같이 달려오면 추돌 할 위험이 적지 않다. 그래서 법 집행은 탄력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교통단속을 할 때 신호위반, 주차위반은 기본이고 끼어들기, 안전벨트 착용, 핸드폰 통화, 선팅농담 여부, 대기선 지키기, 매연 등 여러 조항을 조목 조목 따지다 보면 이를 빠져나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모름지기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단속이전에 문화시민으로서의 기본적 도리다. 그러나 단속을 위한 단속이라든지, 실적을 올리기 위한 단속이라면 기분이 엉망이 된다.
 운전자도 반성할 점이 많다. 불법주차나 속도위반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예사고 끼어들기나 곡예운전을 하는 예를 수도 없이 발견하게 된다. 일부 트럭의 경우 웬 에어 클랙슨을 장착하여 소형 차량이나 행인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 나라의 교통문화를 보면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대충 알 수 있다. 선진국의 교통문화는 철저히 사람위주고 개도국이나 후진국은 대개 차량 위주다.
 파리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든 어떻든 사람이 길을 건너면 차량이 일제히 멈춘다. 아이를 등에 업고 황색선 가운데에 서서 조바심을 하는 우리네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접촉사고가 날 경우 우리처럼 삿대질을 하지 않고 조용히 대화를 하며 경찰이나 보험회사의 조치를 기다린다.
 가벼운 접촉사고는 그냥 웃고 지나간다. 교통경찰도 당사자간에 합의가 되면 굳이 개입하려 들지 않는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교통법규가 엄격히 적용되는 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더 많다는 점이다.
 우리의 교통법규와 단속은 그렇게 까다로운데 왜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일까. 파리 도심에 있는 개선문 주위의 교통 흐름을 보면 또한번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무려 16개 차선이 개선문을 돌아 가는데 신호등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번갈아 양보하며 차량을 운전하는 마음의 신호등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봄철이 되면 몸이 나른해진데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골목에서 툭 툭 튀어나오는 통에 교통사고가 잦다. 서로가 서로를 원망만 할게 아니다. 나부터 파리시민처럼 마음의 신호등을 갖는 여유를 간직했으면 한다. 이제는 세계화의 문화 코드에 교통문화도 접속을 해야한다. 월드컵이 코 앞에 닥쳤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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