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진득한 논흙과 풀을 물어다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어미는 지지배배 울어대는 새끼제비에게 열심히 벌레를 물어다 먹였다. 양지바른 언덕길에서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봄을 맞은 여자아이들은 부엌칼과 바구니를 들고 양지바른 밭고랑으로 나갔다. 할머니들도 까맣게 탄 얼굴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 캤다. 이런 봄나물을 된장과 함께 끓여 밥상에 올리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왔다. 또 아이들은 꽃잎 몇장 따먹거나 빈 소주병에 꽃을 꽂아두려고 진달래 꽃밭을 헤매고 다녔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괭이와 삽을 들고 뒷산에 올라가 칡뿌리를 캐는 것도 봄날의 즐거움이었다. 봄철 칡뿌리는 물이 많아 먹기에 그만이었다. 간지러운 봄바람에 스르르 졸음 속으로 빠져들던 봄날. 화창한 햇살에 홀려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짧았다. 추억속의 아이들은 그렇게 몸과 마음이 활짝 핀 신나는 봄날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ㆍ고생들은 과다한 입시 준비와 컴퓨터 몰두 등으로 미국ㆍ일본 학생들보다 활동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너지 소비량도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권장량에 미달됐다. 이는 입시 부담으로 중ㆍ고생의 하루 절반 이상이 학습과 휴식 등 활동성이 적은 시간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집-학교-학원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시간이 생겨도 컴퓨터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패스트 푸드점에서 햄버거나 치킨을 먹는 것이 고작이다. 봄볕에 얼굴을 검게 그을리며 뛰어다니던 그 시절 그 풍경은 가고 없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꽃바람은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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