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8일까지 서른 여덟번째 맞는 전국 도서관 주간이다. 이 일주일동안 「좋은 도서관, 우리 모두의 권리입니다」를 주제로 전국의 도서관 마다 다양한 이름의 행사들이 진행되면서 국민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도서관 주간을 맞는 심정은 여전히 편치 못하다. 「좋은 도서관」이 우리 모두의 「권리」라는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 그저 무심하게 치러지는 연례행사의 공허한 표어로 그치고 말 것을 의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비롯,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 선출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 비생산적인 험담과 걸고 넘어지기가 더 많은 게 유감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찌됐든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를 화두로 적잖은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도서관과 관련한, 혹은 책 등의 정신문화와 관련한 문제를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권이 오가는 이 국면에 책 이야기 같은 한가한 타령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저변의 인식이 확연히 감지되는 것이다.
 하긴 이번만이 문제는 아니다. 여태까지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사회경제적 자원을 분배하는 의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이 도서관 문제를 심각하게 문제제기한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도서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그저 미미한 「변방의 목소리」로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툭하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장밋빛 청사진을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와 불일치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창조적인 상상력과 자유로운 발상이 곧 돈과 무기와 권력이 되는 지식사회를 지향한다는 곳에서 정작 그 인프라로서의 도서관 문제를 정식으로 고민하지 않는 건 도무지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는 우리 현실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긴 다양한 깊이와 색깔의 정보를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한, 제대로 된 도서관을 경험하지 못한 국민들로서야 어쩜 자연스러운 태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근 도서관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 「도서관 운동」을 펼치는 이들도 있으며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을 겨냥한 작은 도서관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디지털도서관으로의 변신이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 확대 등 새로운 시대변화에 적극 부응하려는 도서관의 자구노력이 계속되는 것이나, 시립 도서관 하나 없던 청주시가 올해 시립도서관을 개관하게 되는 것도 어찌됐든 반가운 소식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도서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무지가 거의 병적 수준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린 시절 접했던 문구 하나로 결정될 수 있는 것처럼,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질과 양이 한 국가의 미래 또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치는 도서관 주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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