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심각한 일들만 있고 웃을 일이 없는 요즘 「웃기는」 소식 하나가 눈에 띈다. 대체 웃을 일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청주지방 검찰청에서 매주 「웃음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웃음의 날」로 지정된 매주 목요일마다 청주지검 3층 대회의실에서는 점심식사 직후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검사들은 물론 일반직 직원들이 2개조로 나누어 참가하는 경연에서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 풍자와 해학, 유머, 경험담 등을 주고 받으며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는 것.
 바쁜 업무와 반복되는 일상생활로 쌓인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청주지검의 「웃음의 날」 운영은 특히나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공공기관에서의 참신한 발상전환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사실 우리네 얼굴 표정이 무표정하고 너무 딱딱하다는 것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대표적인 지적사항이다. 웃음의 그림자 없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거나 아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듯한 표정들이어서 쉽게 말을 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굳이 외국인들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웃음이라는 윤활유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절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말 많이 하기 보다는 침묵하는 것을 상급의 처신으로 강조해온 전통적 가치관이 바탕에 깔려있기도 하거니와, 워낙 험하고 모질었던 근대화 과정으로 인해 우리들 마음 속에 웃음이 자리할 여유가 남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최근 몇년간 IMF체제를 거치면서 팍팍한 삶에 대한 부담감은 우리들 성정을 더욱 강퍅하게 만들었으니 이래저래 「웃음 권하는 사회」와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유머가 부족하고 웃음끼가 말라버린 사회는 마치 봄가뭄에 시달리는 산과 같아서 조그만 불씨 하나에도 커다란 화재를 자초하고 만다. 「웃음」이란 어떤 한 사람의 정서적·신체적 쾌적지수를 높이는 윤활유인 동시에 한 사회의 경직과 갈등의 폭발을 예방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에서 청주지검이 매주 목요일 운영하고 있다는 「웃음의 날」은 단순히 검찰청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 뿐만 아니라 정치바람이 한창인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그동안의 한국정치는 유머지수 「0%」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최근 진행중인 각 당의 당내 경선만 보더라도 이같은 사실은 쉽게 확인된다.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연설은 언제나 너무 뜨거워서 화상입기 일쑤고, 너무도 날카로워서 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 만큼 청주지검의 「웃음의 날」 운영은 한 마디 유머와 해학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항상 엄격한 자세로 잘잘못을 가리고 죄질의 경량을 따져온 청주지검에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박장대소의 풍경이 전체 사회에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촌철살인의 고품격 유머로 상대 정객을 깔끔하게 제압하는 그런 정치, 이제는 우리도 꿈꿔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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