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처음 시도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라는 대의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들을 낳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신청했던 여성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낙선했거나 경선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중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고 지역구 또한 30% 이상 추천을 유도한다는 내용의 여성공천할당제는 지난 2월 28일 정치관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라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중인 각 당의 경선 양상은 여성공천할당제가 특별한 구속력없이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던 당시 여성계의 우려를 현실로 드러내고 있다. 남성 정치인에 비해 당내 입지와 지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여성정치인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맨 땅에 헤딩」하듯 무모한 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청주 YWCA를 비롯한 도내 26개 여성단체들이 17일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그 대안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들이 명목상으로 여성공천할당제를 도입시켜 놓았지만 그 실천적 구속력을 보장할 이렇다할 노력 없이 방임함에 따라 결국 여성공천할당제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50% 할당에 있어 1,3,5,7 등 홀수번호를 여성에게 배정하고, 당내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여성후보신청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침을 세우며, 여성정치지도자 양성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등의 3가지 요구사항이 천명됐다.
 이 중 첫번째 요구는 이미 적잖은 여성정치인의 경선 패배와 공천 포기가 대세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공천할당제의 최소한의 결실을 맺고자 하는 절박한 요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각 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하지만 좀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당 차원의 인식변화와 정책수립이 요구되는 대목은 2, 3번째 요구사항이라 할 것이다. 특히 부산 일부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여성공천 방침에 반발, 공천신청자들이 탈당하고 있는 현실은 여성공천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앙당 차원의 강력한 의지조차 여성 정치참여 확대의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즉 공천 및 경선과정에서의 지원방침을 포함, 개별 여성인력의 정치력을 보강하고 육성하기 위한 당 차원의 제도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도내 각 정당은 여성계의 세번째 요구사항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전 가능한 여성인력을 발굴, 육성하는 장기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실질적 움직임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정치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다. 당 활동의 온갖 궂은 일은 여성당원들에게 맡기면서도 중요한 정책결정과 선출에 있어서 여성들을 소외시켜왔던 태도를 철저히 반성하지 않는다면 여성공천할당제는 여전히 공염불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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