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아파트 층간 소음이 부실시공에서 발생했을 경우 시공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파트가 보편적인 거주형태로 정착된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요한 이웃간 불화의 책임소재를 처음으로 명확히 밝힌 것이다.
 지금도 전국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음을 둘러싼 위아래 층간의 분쟁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에 문 여닫는 소리, 음악소리 등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갖 소리들이 고스란히 아래 층이나 옆 세대에게 전해져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가뜩이나 교류도 없이 지내던 이웃지간에 언성을 높이게 되고 심지어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는 불상사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하지만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주거공동체내 분쟁은 원인 제공자는 쏙 빠진 채 피해자끼리 해결책없는 충돌만 되풀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당한 것이었다. 바닥과 벽의 두께를 15cm 이상으로 하고 바닥의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시공해야 한다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14조를 철저히 지키지 않은 아파트 시공회사측의 잘못으로 인해 애꿎은 입주자들끼리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의 확실한 책임소재 규명 및 배상책임을 밝힌 이번 유권해석은 소모적인 다툼의 해결책을 도모하게 됐다는 점에서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원인 규명과 드러난 후유증에 대한 수습책으로서의 배상은 즐거운 아파트 공동생활을 위한 사후책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번의 유권해석은 아파트 시공회사들로 하여금 법 규정에 입각, 소음 차단을 위한 정확한 시공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한 법규정을 준수하는 정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소음 차단을 위한 신공정 개발에 적극적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동주택의 주거소음을 규제할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 철저한 시행을 촉구하는 등의 제도적·법적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용한 아파트에서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요구된다. 앞으로의 아파트 시공에서 법 규정에 충실한 시공이 이루어진다고 기대하더라도 이미 수천만의 국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에서의 소음 발생은 여전한 문제로 남는다. 또한 시공회사를 상대로 한 보수공사요구도 개선의 효과가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생활을 위한 아파트 거주자들의 상호 예절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무조건 뛰지 말라고 하는 것도, 마땅히 해야할 일을 못하고 사는 것도 사실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저녁 시간대 피아노 사용이나 고음량의 음악감상을 자제하고, 자녀들의 과도한 움직임을 규제하면서 소음 발생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필수적인 예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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