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법·탈법 선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지 반세기가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공정한 게임의 규칙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불법·탈법선거운동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고 민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근절돼야겠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악질이라 할만한 것은 흑색선전이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흑색선전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과대포장하거나 진의를 왜곡시켜 전파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 주장이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공격을 받은 후보측으로서는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고, 유권자로서도 어디까지 진실인지, 흑인지 백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선거판은 불신과 상호비방의 수렁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어두운 골목길 느닷없이 뒤통수를 후려치고 내빼는 것처럼 비열하고 더러운 수작인 것이다.
 그런데 이 흑색선전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각 당이 도지사, 시장, 군수,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의 인선을 마무리하고 무소속 후보들의 출마 채비가 본격화되는 것과 함께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괴우편물이나 인터넷, 팩스 등이 유권자들에게 집중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발신지를 확인할 수 없는 괴우편물이나 팩스 등은 특히나 저질 인신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는 주장등을 담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전이 개시되기도 전부터 사전 선거분위기를 과열, 혼탁양상으로 몰고가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이나 우려되는 것은 인터넷상에서의 흑색선전이 제어불가능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글이나, 허위사실을 부풀린 글들이 각종 게시판과 홈페이지등에 오르면서 사이버 공간이 난장판처럼 어지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네티즌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차원을 떠나 아예 본격적으로 여론 조작을 의도하는 조직적인 행위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게시판에 오른 글들의 조회 횟수를 더하거나 추천 기능 등을 교묘히 이용,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선거전은 지난 2000년부터 선거법 규제 조항에 포함됐으나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악용한 불법선거운동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비록 선관위가 「인터넷 동아리 사이버 검색반」을 모집하고 검찰도 「사이버 선거 범죄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지만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위반행위 앞에서 공권력의 칼날은 무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확산시키는 흑색선전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저열한 인신공격과 허위사실에 현혹당하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만이 흑색선전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흑색선전을 유권자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이를 응징하겠다는 단호한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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