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6.13 지방선거 투표 인증샷 / 뉴시스
6.13 지방선거 투표 인증샷 / 뉴시스

6·13전국동시 지방선거가 환호와 탄식 속에 끝났다. 선거 출마에 나섰던 후보자들은 저마다 간절함과 절심함으로 유권자들에게 한표를 호소했고 결과는 희비로 엇갈렸다. 당선자들은 당선의 기쁨과 함께 앞으로 4년의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당선이 그들에게 4년 동안 직장을 제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민들이 단지 실업자 구제를 위해 그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는 특정 개인에게 생활방편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구인·구직의 장도 아니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인물을 선택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선출직들에게는 당선이 구직의 기회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선거기간 중 다닥다닥 붙어있는 선거벽보를 보고 "마치 단체 구직광고 같다"고 얘기한다. 선출직들의 역할 부재에 대한 비난이 가미된 말로 우리의 지방자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슬픈 현실이다. 주민들은 선출직들에게 사용자나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그들을 선택할 때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평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당선인 신분을 부여할 때 이같은 준엄한 명령도 함께 내린 것이다.

물론, 주민들은 이들에게 꼬박꼬박 급료까지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주민을 받들고 섬기겠다고 입을 모아 약속했던 후보자들은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뀌면 대부분 주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선거기간동안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그들은 당선 후에 귀를 닫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출직들이 그래 왔다. 허리띠 졸라 매면서 혈세로 이들에게 급료를 제공하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다. 하다 못해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도 자신이 받는 급료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선출직들은 최소한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선택했던 주민들은 항상 실망감에 분노했고 후회로 땅을 쳤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주민들이 선출직들에게 갖고 있는 공통적인 인식이다. 이같은 주민들의 푸념이 전혀 근거없는 불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선출직들에게 속고 또 속기를 되풀이해 왔기 때문이다.

조만간 민선 7기가 시작된다. 뜬금없지만 이 시점에서 지방자치의 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고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의 의미마저 잊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이자 기초를 다지고 지탱하는 디딤돌이다.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일부 수준 낮은 후보자들이 스스로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능력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출마를 꺼려왔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지방자치는 오히려 후퇴했다. 어찌됐든 선거는 끝났고 이제 자치단체의 운명은 당선인들의 손에 달렸다.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더라도 이제 이들에게 맡기고 기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투표의 의무를 끝냈지만 이제부터는 감시자로서의 권리를 찾는데 나서야 한다. 어찌보면 투표로 후보자를 선택했던 것보다 지금부터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주민들이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선출직들이 이들을 두려워할 때만 지방자치의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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