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의 폴란드전, 10일의 미국전 두 경기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만 했다. 세계 축구 강국들과 당당히 일합을 겨루는 국가대표팀의 실력은 모처럼 한국민들의 자긍심을 하늘 높이 쏘아올렸고, 이에 국민들은 성숙하고도 열광적인 응원으로 세상을 탄복시켰다.
 그리고 아쉽고도 절통했던 무승부가 여전히 일손을 경황없게 하는 오늘, 우리는 중요한 두 가지 일을 해야한다. 월드컵에서의 16강 달성이나 한민족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한껏 과시하는 것 만큼이나 혹은 더더욱 중요한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 첫번째 일은 6.13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다.
 용광로처럼 타올랐던 부산, 대구를 비롯, 전국 10개 도시의 운동장마다 인파들로 열기를 뿜어냈지만 정작 6.13 지방선거 합동연설회장은 썰렁했다. 한국팀의 경기일정은 물론 다른 조 출전 국가들의 팀성적이나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줄줄이 꿰고 있을망정 자신의 선거구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번 선거가 도지사, 시장,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도·시·군의원을 뽑는 동시선거라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기권도 정치적 의사 표시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많은 이들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외면해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다면 이제 겨우 10년의 시간동안 커온 지방자치제도는 결코 튼실한 성장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민된 권리의 포기는 마침 월드컵을 계기로 한껏 고양된 선진시민으로서의 자긍심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자신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면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패배의식과 냉소의 껍질을 벗어나 마음껏 대한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애의 부활, 공동체에 대한 헌신적 열의의 회복은 당연히 6.13 지방선거에서의 신성한 권리행사로 이어져야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전세계적인 이벤트에 들뜨고 광적인 자기환상에 빠져 정작 자신들의 의무를 방기한 무책임한 국민들이라는 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해야할 두번째 일은 자명해진다. 그동안 바빠서 혹은 관심이 부족해서 외면했던 선거공보와 선거홍보물 등을 정성껏 살펴 보자.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지런히 귀농냥을 한 뒤에 자신이 지지할 후보와 정당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전 또한 투표일이 임박해지도록 절반에 가까운 부동층이 형성돼있다고 한다. 이 부동층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축을 벌여온 각 후보들의 최종 순위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6.13 지방선거의 성패 여부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일 자신이 부동층에 속한다면 투표일인 내일이 오기 전 그 대열에서 반드시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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