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실시된 제 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투표율이 5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이같은 저조한 투표율은 월드컵 열기에 지방선거 분위기가 실종됐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증이 더 한몫을 했다.
 왜냐하면 선거 초반부터 상대후보를 물어뜯고 할퀴는 비방전이 난무하고 혈연·지연·학연을 이용한 지역감정을 부채질한 구태의연한 작태와 함께 확인되지 않는 비리 폭로등으로 맞고소 고발전을 일삼는 저질스러운 선거운동으로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이 혐오와 냉소주의로까지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선거에서든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보다 심했다. 더욱이 대통령 후보자나 정당의 최고 지도자들이 유세장에서 지역감정을 내세우고 막말을 내뱉으며 상대 당과 후보를 비방하고 나아가「파렴치한 후보」로 몰아붙이는 선거운동에 앞장서 국민들의 갖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지수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아울러 개혁을 앞세웠던 국민의 정부 말기에 터진 대통령의 아들들과 관련한 비리문제와 온갖 권력형 부정 부패 속에 이번 지방선거를 연말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의 징검다리로 인식한 각 정당의 지나친 과열 혼탁 불법선거운동 등 또한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충청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2일 잠정 집계한 선거법 위반 사례만 보아도 총 3백37건으로 지난 1998년 치렀던 제 2회 지방선거 때의 67건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선거법 위반 사례를 보면 불법인쇄물 배부가 1백5건, 금품·음식물 제공 1백1건, 허위 학력·경력게재가 31건,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 24건, 불법 시설물 설치 21건, 불법 홍보물 발행 12건 등이 적발되었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선거 때와는 달리 사이버를 이용한 불법선거운동과 공무원 등의 선거운동 개입 행위등이 적발 되었으며 상호 비방·흑색선전도 2건이나 적발되는 등 과열·혼탁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온갖 선거법 위반 사례나 과열·혼탁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적발 되거나 맞고소 등의 사건들은 부정 불법선거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관계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하여 처벌하겠지만 이로인해 당선무효사태가 있을 경우 또다른 선거후유증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승리감에 도취되어 웃고 있는 정당이나 참패하여 한숨쉬는 정당이나, 존립의 벼랑에 서 침통해 하는 정당 등과 정치 지도자 및 정치인들 모두는 이번 지방선거로 표출된 민심을 정확히 읽고 몸으로 느끼며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혐오증을 씻어낼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지구촌의 축제로 열기를 더하고 있는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 이룬 국민적 화합과 단결된 힘이 또다시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이를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정치지도자들이 이성을 찾고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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