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카피의 광고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한다. 한국축구를 세계 최강 대열에 진입시킨 놀라운 지도력에 대한 전국민의 지지와 기대가 담뿍 담긴 카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의정단상에 진출한 도내 5명의 여성당선자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내 여성계는 물론 전도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여성의원들이여, 당신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말이다.
 충북도내에서 모두 4명의 여성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는 청주·충주시의원 2명이 당선됐으며 도의원 비례대표로 3명이 의회에 진출하게 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가장 많은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이로써 도내에서도 본격적인 의미의 여성정치 시대의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여성후보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못해 분루를 삼켜야했던 와중에 전체 당선자 수 4천3백52명 중 2.7%에 속하는 행운을 안았다는 점에서 여성당선자들의 영광과 기쁨은 자못 클 것이다.
 하지만 벅찬 감격과 환희의 기쁨 보다는 앞으로 4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이들 당선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성의 정치활동에 대한 편견과 냉담한 반응이 여전한 우리 사회의 현실은 여성당선자들에게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일정 몫의 기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며 제 몫을 제대로 해내려면 가히 「일당 백」의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 3명의 여성의원 진출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도내 여성계의 하나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상기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원들의 행보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성당선자들은 여성의 능력을 불신하며 정치활동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의 고정관념을 깨끗이 해소시킬 수 있도록 성실하게 공부하고 책임감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의견조정과 구체적 대안제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성숙한 의정활동은 모든 의원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여성의원들의 경우 이같은 의정활동은 의원 개개인의 평가 뿐만 아니라 여성 전반의 정치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제고시키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여성의원들의 기여를 기대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다. 보육과 가사노동 등 여성문제 해결은 물론이거니와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복지, 그리고 환경문제에 있어 여성의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정책 탐구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비록 소수나마 여성의원들이 생활자치, 주민자치의 정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만개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같은 노력들은 유독 여성인권 부문에 있어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한국사회를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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