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시선 수필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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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어쩌다보니 책을 다섯 권이나 냈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죽을 때까지 책 한 권도 못 내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은데, 책을 다섯 권이나 썼으니 대단하다고 한다. 이럴 땐 나도 모르게 우쭐해지다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책을 쓰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제야 글이 나오니 말이다. 나는 글 쓰는 일을 '생각의 집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뭔가 깨달음이 있다거나, 부딪치는 장면에서 감동을 일어났을 때 이걸 표현하고 싶어진다. 사람에 따라서 이것을 그림이나 음악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생각이 일어났지만 아무렇게나 쓰면 그것은 잡문에 불과하다. 질서가 없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그런 글 말이다. 따라서 이런 글은 감동도 없고 생명력도 없다. 문제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형상화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문학적 형상화다.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적당한 비유와 상징을 넣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무슨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사색한다. 주로 걸으면서 생각의 집을 지었다 부쉈다 한다. 사람은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에 머리로는 하늘의 기운을 받고, 발로는 땅의 정기를 받는다. 걸을 때 마음이 맑아지면서 생각이 떠오르고 정리된다. 이것을 저장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써 내려간다. 이름 하여 일필휘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적댔다가는 공들여 지은 집이 순간 무너져 내린다.

어느 날 KBS청주방송국 라디오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라디오에 출연해 달라고 했다. 알고 봤더니, 지난 2월에 어느 잡지에 나의 글쓰기에 대하여 기사가 났는데 이걸 보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정말 오랜만에 스튜디오에 앉았다. 10분 정도 인터뷰를 하는데 이건 정말 긴 시간이었다. 비록 라디오지만 공중파 방송이지 않은가! 진행자는 물었다. 언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느냐,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이냐 등등.

나의 글쓰기는 중2 때부터 시작되었다. 호랑이 나오는 산골마을에서 보이는 거라곤 하늘밖에 없었다. 십 리가 넘는 학교를 오가며 사색에 잠기곤 했는데, 그때의 교과서는 나의 뼈와 살이 되었다. 특히 국어 교과서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시나 소설, 그리고 수필 등이 실려 있는데, 모든 것이 내 젊은 영혼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나는 교과서의 이러한 글들을 암송하고 모방하려고 애썼다. 그때는 종이가 좋지 않아 누런 갱지에 글을 썼다. 이를 보물인 양 서려 묶어 어디에 보관해 두었었는데, 지금 펼쳐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돌이켜 보면, 글을 쓴 세월이 40년이나 되었다. 심지어 군에 복무할 때도 글을 써서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무엇보다 시간이 잘 가는 것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글쓰기는 교직에 입문하고부터다. 주로 고등학교에 근무했는데 학교는 그야말로 꿈틀거리는 삶의 현장이었다. 성인으로 가는 미완의 학생들은 방황했고 갈등했다. 이런 모습을 목도한 나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때 결심했다. 뭔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써보자고. 이는 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최시선 수필가
최시선 수필가

첫 번째 낸 책이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이다. 이는 명상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소개하고, 명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고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는 책이다. 두 번째는 '학교로 간 붓다'라는 책이다. 붓다는 부처님의 다른 이름이다. 사실 난 불교에 대하여 문외한이었다. 대학 때는 여자 친구의 권유로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 명상을 공부하면서 붓다와 맞닥뜨렸고, 붓다의 가르침이 그렇게 위대한 지는 그제야 알았다.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을 오갔다. 어느 정도 체계가 서자, 붓다의 가르침을 교육에 접목하고 싶었다. 뭔가 붓다의 가르침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빛과 같은 답을 주지는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 그 결과 나온 책이 '학교로 간 붓다'이다. 이후 나는 두 권의 책을 더 냈다. 하나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소똥 줍는 아이들' 이고, 또 하나는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이다.

아주 최근에는 '내가 묻고 붓다가 답하다'란 책을 냈다. 다섯 번째 책이다. '학교로 간 붓다'의 개정판으로 16년 만에 다시 낸 책이다. 요즘 현실에 맞게 편집하고 내용을 가감했다.

교직에 있다 보니, 책을 쓰는 것도 교육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력
▶월간 문예사조 수필 등단
▶CJB 청주방송 제5회 TV백일장 수필 장원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청주문인협회 부회장
▶저서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 '학교로 간 붓다', '소똥 줍는 아이들',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 '내가 묻고 붓다가 답하다'
▶진천 광혜원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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