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2년 청주산단의 모습. /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본 사설과 사진은 연관이 없습니다. / 중부매일 DB

정부가 탈원전 비용을 기업에 떠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 싼값으로 제공하던 심야 전기요금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전기요금 폭탄까지 '삼중고(三重苦)'를 겪게 된다.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악재다. '탈원전'은 빙산의 일각이다.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친노동 반기업 환경'이 만연한다면 기업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내에 공장이 늘지 않는다면 일자리 확충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7년간 우리나라의 직접투자 순유출로 인한 직·간접 일자리 손실이 연간 12만5천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직접투자 순유출이란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을 뺀 것을 가리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직접투자의 고용 순유출 규모 분석' 결과는 정부 경제정책과 한국 경제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2001년 이후 일자리 순손실 인원이 가장 많은 43만9천 명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분야의 직간접 일자리 유출이 연간 3만2천 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기는 커 녕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경연 최남석 교수는 "무역 확대에 따른 기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투자 확대는 바람직한 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특정 산업부문에서 직접투자 순유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국내 규제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국내 투자 유입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심화됐다면 국내투자가 늘어 날 리 없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자영업자들도 고통 받고 있지만 기업들도 잔뜩 위축되고 있다. 내수부진에 수출마저 성장세가 꺾이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샌드위치가 된 상황에서 강성 귀족노조는 더욱 탄력을 받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노믹스'를 통해 미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일자리풍년을 만들어내고 이는 트럼프행정부와 비교된다. 대대적인 감세정책으로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이 미국으로 유턴하고 통상압력으로 외국기업의 미국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준공한 생활가전공장을 올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3조5천억 원을 투자해 엘라배마로 자동차공장을 이전하기로 했다. 친기업 환경이 경기활성화를 낳고 대기업 성장으로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연쇄적인 선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당장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된다. 지방 중소기업에게도 경영에 대한 의욕을 떨어 트릴만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은 해외로 빠져나가려 하고 지방중소기업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으려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재고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에서 일자리 손실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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