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8주년] 충청권 170여구 중 신원 확인은 2명뿐
옥천서 1996년 유해 첫 발견...1만여구 중 신원 확인은 128구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에 사는 한 주민이 1996년 국군 유해 가매장지였던 앞산을 가리키고 있다. 빨간색 원안이 국군 유해가 발견된 장소이며 그 아래쪽에서 1구의 유해를 더 발견했다./ 이지효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종전협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과 신원확인이 시급하다.

2007년 창설한 '대한민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유해발굴감식단)'은 현재도 전국 이름모를 산야에 묻힌 13만여 전사의 유해를 찾아 발굴 중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발굴된 유해는 1만여구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28구 밖에 되지 않아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1구의 유해라도 더 발굴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제보하고 증언해줄 참전용사들의 동참과 함께 유가족들도 시료 채취 등의 협조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 신청을 한 유가족은 4만여명으로 13만여의 유해에 비하면 24%정도밖에 되지 않아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한국전쟁 68주년을 맞은 지금 충청권에서도 2017년 기준 170여구의 유해가 발굴됐지만 발굴 유해 중 단 2구만 신원이 밝혀진 상태다. 2007년 충북 영동 약목리에서 발굴된 1구(故일병 강태수·충남 청양 출생)와 2015년 진천 진천읍 교성리 봉화산에서 발굴된 1구(故일병 정만대·경기 연백군 출생)가 전부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유전자 시료는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스펀지 막대로 구강의 타액을 채취하면 되는데 보건소나 예비군 동대를 방문해도 된다"고 말했다.

1996년 6월 24일 본사 취재팀이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 앞산 국군 가매장지에서 백석천 전 이장(사진)의 제보로 첫 무명용사의 유골과 유품을 수습한 현장을 확인했다. 이날 수습된 무명용사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은 채 그해 12월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 김용수
1996년 6월 24일 본사 취재팀이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 앞산 국군 가매장지에서 백석천 전 이장(사진)의 제보로 첫 무명용사의 유골과 유품을 수습한 현장을 확인했다. 이날 수습된 무명용사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은 채 그해 12월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 김용수

충북 첫 국군 유해 발굴은 지난 1996년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주민 백석천(당시 63세·현재 85세 와병중)씨 제보로 이뤄졌다. 당시 중부매일은 백씨의 증언에 따라 귀재마을에서 국군 가매장지를 발견해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립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국방부에 의뢰해 즉각 전사망 처리반을 구성하겠다"며 "아군임이 확인되면 신원 확인 여부에 관계 없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고 밝혔었다. 덧붙여 "유품으로 보아 당시 희생된 국군임이 틀림없다"며 "충북에서 6·25 국군 가매장지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시 취재기자였던 조혁연(현 충북대 사학과 초빙교수)씨는 "당시 17살이던 백씨는 내가 2구의 국군 희생자를 귀재마을 앞산에 묻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죽기전 그 젊은 영혼을 국립묘지에 안장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이후 보병 37사단은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육군 전사자에 2구에 대한 장의식 및 봉송식을 진행해 국립 대전현충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수습한 국군 유골과 함께 수습된 것은 칼빈소총 방아쇠 뭉치, 실탄 1정, 시계, 혁대 빠클 1쌍, 군복단추, 노리쇠, 군복조각, 수통소통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수습된 시계에는 '815816 9122'의 일련 제조번호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오는 7월 세종시 대평리군과 10월~11월 영동군에서 발굴이 계획돼 있다"며 "하지만 6·25 전쟁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의 고령화, 국토개발에 따른 지형변화, 전사자료 부족 등 유해발굴사업은 '시간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또 "따라서 대한민국 전 국민이 동참해야 유해발굴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생각해 전사자 유해 소재에 대한 제보와 증언,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 등에 반드시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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