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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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8세의 미국인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씨는 지난 17세 때 무려 264 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아 이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그는 또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 부문에서도 신기록 보유자입니다.

수면박탈이란 수면 기능 등을 연구할 목적으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잠을 자지 못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분석·종합하면, 수면이 생물체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생활에 미치는 영향 또는 수면의 역할을 알 수 있습니다.

51년 전에 진행한 이 수면박탈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드너 씨는 3일이 지난 후 기분이 심하게 좋지 않았고,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그의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해 냄새를 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5일이 지났을 때 그에게 환각 상태가 찾아왔는데요, (눈을 뜨고 있지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어 진행된 실험에서 그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뇌기능이 정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에도 불구하고 가드너 씨의 수명에는 어떤 악영향도 미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교수는 가드너 씨가 장수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요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아 있었습니다. 가드너 씨 이전에 실시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수면박탈 실험에서 정반대의 실험 결과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1898년 두 명의 이탈리아 심리학자가 실시한 실험 기록이 있는데요, 여러 마리의 개를 수주일 동안 끊임없이 걷게 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았는데, 결국 뇌와 중추 신경 기능이 급격히 저하하면서 하나둘 죽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발전은 이런 의문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에 따르면 뉴질랜드 매시대학 부설 수면각성 연구센터(Sleep/Wake Research Centre)의 카린 오키프(Karyn O'Keefe) 박사는 "수면부족이 특히 자동차 사고를 유발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최근 미국에서 하루 8시간 잠을 자고 있는 사람과 4~5시간 잔 사람을 비교 조사한 결과 4~5시간 잔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8시간 잔 사람과 비교해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상 사고율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육체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하루 5시간을 자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율이 하루 7~7.9시간 자고 있는 사람들보다 근로사고를 당할 확률이 2.7배 높았습니다.

오키프 박사는 "장기간 수면 결핍을 방치할 경우 정상적인 기능을 해쳐 소아비만, 2형 당뇨병(type 2 diabetes), 심혈관계 질환과 뇌출혈,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이런 증상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 불면증(insomnia)"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신경세포가 변하는 신경변성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을 불러일으켜 심할 경우 2년 안에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 수면부족 문제는 세계적인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이 30년간 발표된 2000여 개의 수면 관련 연구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에 달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밤을 지새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기가 잠자는데 대해 불만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긴 시간 잠자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문화적으로 수면을 경시하는 풍조가 팽배하면서 올해 68세인 랜디 가드너 씨처럼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고 견딘 사람을 존경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수면결핍으로 인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보건당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제공 : 미래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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