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가 있다.
 1980년대 쯤인가, 어느 재무부장관이 부임후 첫 인사(人事)를 하기전에 중간 관리자인 간부들과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신임 장관은 이들에게 재무부의 발전을 위해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어느 과장이 일어나서 『장관님은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일뿐, 재무부의 발전을 위해 일할 주인은 저희들 입니다. 인사는 물론 재임 하시는 동안 이점을 결코 잊으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도 없지만 요즘 국무총리 인사와 함께 각급 자치단체장들이 실시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인사를 보며 새삼 인사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중앙 행정 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는 자리인 국무총리에 내정된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등 모두가 인사청문회에서 장상 총리서리에 대해 국무총리로써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데 주력 하겠다. 특별히 봐주지도, 비하 하지도 않겠다고 밝혀 「검증」과 「방어」쪽에 무게를 싣고 청문회에 임한듯 싶다.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임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임기말 정권의 권력누수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찬성되면 7개월간의 임기말 정권이 그나마 힘겹게라도 버티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인사(人事)가 어려움을 또한번 본다.
 이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인사를 무소불위(無所不爲)로 행하는 자리중 하나가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선출된 단체장들이다.
 단체장들이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한은 가히 제왕적이다.
 이같은 제왕적 인사권한의 횡포를 막기위한 견제장치로 자치단체에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인사행정과는 무관하고 문외한인 법조계나 학계인사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단체장의 인사권한에 대한 하나의 통과의례에 불과해 항상 인사가 있고 나면 만성 고질병이 돋듯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단체장들은 지난 선거와 관련 「내편 봐주기 인사」나 「반대편 몰아내기 인사」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 또한 자질과 능력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논공행상」의 무리한 인사를 해서도 안된다. 오직 공직사회의 안정과 효율적인 업무추진을 위한 인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권자는 인사와 관련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인사권자인 단체장에 대한 존경과 신뢰감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어떡하나. 안타까운 일이다.
 업무를 보필해야 할 직원의 첫 인사에 단추를 잘못 끼웠다 풀렀으며, 어떻게 어떻게 인사를 하겠다고 말하고 이를 손바닥 뒤집듯해 존경과 신뢰를 잃은 단체장이 있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손가락 길이가 모두 다르듯, 구성원 모두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사의기준에 의해 자질과 업무능력을 평가하고 단체장이 마음을 비울때 공정한 인사행정이 이루어지며 이는 곧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