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겸 대기자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23번)가 공을 바라보고 있다. 2018.06.28 / 뉴시스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23번)가 공을 바라보고 있다. 2018.06.28 / 뉴시스

한국축구사상 역대 최고의 골키퍼는 누구일까. 이세연과 이운재(45·수원삼성 코치)를 들 수 있다. 여기에 한사람 더 이름을 올린다면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벼락스타가 된 조현우(27·대구FC)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세연(74)은 지난 2002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한 방송사 선정한 '한국축구 올 타임(All Time) 베스트11' 에 골키퍼로 포함된 인물이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을 빗대 '한국의 야신'으로 불린 이세연은 70년대 초반 이른바 '청룡(당시 대표팀의 별칭) 세대' 가운데 이회택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청주출신 이운재는 한국축구의 기념비적인 대회인 2002 한^일월드컵에서 '골키퍼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8강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미드필더 호아킨의 슛을 막아낸 뒤 두 손을 쥐고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던 백만 달러 짜리 표정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한국팀이 러시아월드컵 16행이 좌절됐지만 단 한사람만은 확실히 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등 예선리그 세 경기에서 거미줄같은 철벽수비를 자랑한 조현우다.

14년 차이를 두고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이운재와 조현우에겐 관통하는 국가가 있다. '독일'이다. 둘다 세계최강 독일전을 통해 축구팬의 머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994년 한국은 미국 월드컵에서 당시에도 세계 1위였던 독일과 조별리그에서 마지막 경기에 만났다. 독일은 1승 1무, 한국은 1무1패였다. 경희대 3학년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운재는 3대0으로 독일에게 끌려가던 상황에서 주전골키퍼인 최인영과 교체, 투입됐다. 이운재가 독일의 매서운 슛과 공격을 몸을 날려 막으면서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후반에 황선홍, 홍명보의 연속 골로 추격했다. 결국 2-3으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운재는 한국팀의 수문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운재는 골키퍼로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춘것은 아니다. 골키퍼 치고는 키(183㎝)도 큰 편이 아니고 지뚱뚱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물만 마셔도 살이찌는 체질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반사신경과 위치선정이 탁월해 페널틱킥도 곧잘 막았다. 또 경기도중엔 선배들에게도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반말로 수비위치를 조율할만큼 두둑한 배짱도 있다.

무명의 조현우가 존재감을 보여준것도 독일전이다. 독일이 슈팅 26개를 퍼부었지만 조현우는 다 막아냈다. 이 중 6개는 유효슈팅이었다. 조현우는 이날 FIFA가 선정하는 MOM(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영국 BBC는 출전한 한국·독일 선수 통틀어 최고득점(8.85점)도 조현우 차지였다. 골키퍼가 슈퍼세이브를 하면 경기흐름이 달라진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조현우가 뛰어난 판단력과 과감한 방어로 독일의 초반공세를 막지못했다면 대량실점할 수도 있었다. 조현우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유럽진출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한국팀의 골문을 지키려면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이운재는 132회(113실점)의 A매치 경기기록을 갖고 있다. 그 기록중에는 월드컵 4강 진출도 포함된다. 천부적인 재능도 있지만 근성과 노력의 산물이다. 조현우는 과연 한국 골키퍼의 전설인 이세연·이운재를 뛰어 넘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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