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검찰이 이른바 「PR비(앨범 홍보비)」 등 연예계의 금품수수 비리에 대한 전면수사에 착수한 이래 관련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몇달간의 치밀한 내사작업 끝에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검찰이 밝힌 대로 이번에는 예전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조짐이다. 수십년간 금품수수 관행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을 찾아 발본색원하겠다던 의지가 전면적인 수사확장을 통해 결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검찰수사가 마약상습자 및 마약공급조직에 대한 수사와 함께 방송계 관계자 및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매매춘 공급실태, 그리고 음반기획사와 영화사 등에 대한 조직폭력배 자금 유입 등 전방위로 펼쳐지면서 그 사회적 폭발력의 위세도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지금 여의도 방송가와 관련 연예계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어수선한 모습이다. 이미 전현직 방송사 간부급 PD 4명과 스포츠지 간부 2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연예기획사 간부들의 구속도 잇따르고 있다. 날이 바뀔 때마다 검찰에 불려가는 유명 연예인·방송인들의 얼굴이 바뀌고 있고, 일부는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당장 전파를 타야할 약속된 프로그램들이 불가피하게 결방되거나 대체됐다. 문제가 된 방송인이 한둘이 아니니 급히 대체출연자를 물색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동안에도 잊을만 하면 터지곤 했던 연예인 비리나 방송국의 부패관행이 이처럼 거대한 연쇄고리를 갖춘 몸체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방송과 영화, 혹은 음반산업은 돈 없고 힘도 없는 서민들이 팍팍한 일상의 무거움을 덜어놓고 잠시나마 위로를 구하는 도락의 거의 유일한 원천이다. 그런 서민들의 애정과 코묻은 돈으로 자라난 연예산업이 이처럼 광범하고도 고질적인 부패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데 아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방송가와 연예계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환골탈태, 건강성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던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의 연예계 비리 수사를 통해 제대로 된 교훈을 삼지 못하고 구조적 부패를 키워왔다는 방송가 내부의 자성은 그런 점에서 경청할 대목이다.
 이번 검찰수사가 아니더라도 일부 연예인들의 미성숙한 말장난이 판치고, 말초적 쾌감만 자극하는 공중파 방송들의 구태의연한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면서 국민들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었다. 그런 만큼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망각하고 무분별한 시청률 지상주의의 포로가 됐던 방송사들이 결국 이번 사태의 주요한 원인제공자였음을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날 때만 연예계 비리의 악순환은 단절될 수 있을 것이다.
 방송과 연예산업이 대중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곧 대중들의 꿈과 환상을 재건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부의 부조리를 스스로 발본색원하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찾아가는 방송과 연예산업의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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