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단양 지역출신 자민련 송광호의원이 일을 벌였다. 최근 자신의 제천지구당 사무실과 단양 연락소를 폐쇄한 것이다.
 그가 지구당·연락사무실을 동반 폐쇄한 건 돈 때문이었다. 지구당 사무실과 연락소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유지비 등으로 매달 최소 1천만원 정도 필요한데 이를 더 이상 충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구당 사무실 운영이 원천적으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마이너스 체계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송의원이 밝힌 내역에 따른다면 평달 한달 세비가 5백60만원, 보너스 달에는 7백만원 정도다. 여기에 2년 동안 2억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아 두 지역의 사무실 유지비와 인건비 등으로 한달 1천2백만원 정도의 지출을 꾸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더이상 친구나 친지들에게 손벌리기도 부끄럽고, 매번 후원회를 열 수도 없어 사무실 폐쇄를 단행했다는 송의원은 지구당 사무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좀 더 부지런히 지역을 찾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골프모임 등 서울에서의 주말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금요일마다 지역구를 찾아 주민육성을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고비용구조가 거론될 때마다 지구당사무실 폐쇄는 가능한 대안으로 꼽혀왔지만 그 실천은 쉽지 않았다. 누구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어느 누구도 목에 방울 단 고양이 신세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때문이다.
 지구당사무실은 지역구 출신 의원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하게 된 물리적 공백을 일정 부분 효율적으로 메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무국장을 비롯한 각급 당직자들과 비상임 위원회가 의원을 대리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현안을 챙기는 등 통상 지역구 관리라고 하는 일들을 담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경비지출이 너무 커서 돈 안드는 깨끗한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약요인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데 있다. 숱하게 발생하는 국회의원의 각종 부패 비리 사건의 첫 출발에는 세비와 후원회비 만으로 충당하기 힘든 지역구유지 비용마련의 필요성이 놓여있던 것이다.
 여전히 고비용구조 청산을 위한 지구당폐쇄가 당위로 언급되지만 구체적 실천은 여의치 않은 현실에서 송광호의원의 실험은 시작됐다. 휴대폰이 일상화된 정보사회로의 변화를 정치변화로 이어보겠다는 그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의 실험은 지역구의원으로서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지구당 폐쇄가 곧 지역구 포기의 완곡어법으로 들렸던 현실을 감안할 때 지역구민들이 그의 의도를 어떻게 접수할지도 단정하기 힘들다. 또한 비공식적이고 일상적인 접촉 과정에서 공식적 의제가 무수히 거론되고 결정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휴일과 주말 동안 중앙정치무대를 비운다는 것이 꼭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선택인지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시도 만큼은 충분히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장기적 관점에서 그의 실험이 한국정치를 변화시키는 유용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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