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씨에 이어 장대환씨의 총리 인준 부결을 지켜보는 국민들 심경은 영 착잡하다. 총리심사를 연거푸 세번이나 하게 됐는데다 사수, 오수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막막하기도 하다.
 당연히 예상되는 어려움들도 적지않다. 당장 정부에서는 오는 31일 열릴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를 비롯, 각종 외교적 사안 대처에 차질이 생겼다며 한걱정이고, 행정공백과 정국경색으로 인한 국정혼란도 우려된다. 두 달 가까운 총리부재 상황이 야기할 행정공백의 범위와 파장도 심각하며, 총리 인준 과정에서 노출된 집권층의 심상찮은 시스템 균열이 김대통령 집권말기 권력누수와 맞물린다면 국가적으로 그 피해도 만만치않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극한투쟁을 벼르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는 지혜를 갖지 못한 양당이 얼마나 소모적인 다툼을 벌일 것인가 벌써부터 국민들 머리는 실타래처럼 엉킨다.
 하지만 행정공백, 국가신인도 하락, 정국경색 등 온갖 부정적 파급요인들을 다 더한다 하더라도 두 번의 총리인준 부결이 우리 사회에 전한 메시지를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몰고온 당사자들이 근본적으로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일방적인 총리서리 임명->총리 인준 부결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리라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인준 부결을 환영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앞서 장상씨의 인준 부결과정에서 국민들은 우리 사회 소수 지배층의 본색을 가슴 쓰리게 인지한 바 있다. 평생 신학을 전공한 교육자조차도 개인의 영달 추구를 위해 법을 우롱했던 역사를 훑어보면서 개인의 처신으로 극복할 수 없는 좀 더 뿌리깊은 부패구조를 재차 확인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두번째 총리인준에 임하면서 현실론이 적잖은 힘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분위기상 장대환씨 인준이 다소 낙관적이었다면, 이는 장상씨를 낙마시킬 정도의 도덕성과 청렴성, 법준수 의지를 엄격히 적용시킬 때 과연 총리감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걱정이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씨 인준을 둘러싼 고민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국민저변의 반대기류를 포착한 한나라당의 거부로 귀결된 장대환씨의 인준부결은 다소간의 부작용과 혼란을 감수하고라도 우리 사회가 지켜야할 원칙을 재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의 지난 역사는 이런저런 현실적 정황을 내세워 원칙들을 방기해온 역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국민들은 말한다. 국무총리에게 요구되는 각종 자격기준이 특정 그룹의 대체적인 현실적 눈높이에 비해 높다면, 당연히 시정돼야하는 건 그 현실적 눈높이이다. 그리고 그같은 원칙의 존중은 단지 총리인준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작동체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돈은 있을 만큼 있으니 권력을 더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그런데 행여 잘못 생각했다가는 망신만 당하고 있는 돈도 못 챙기겠다는 위기의식을 그들이 갖게된다면 그 또한 이번 사태의 소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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