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지효 문화부장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중부매일 DB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중부매일 DB

최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 채용 비리와 관련해 청주시가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재단의 수장인 김호일 사무총장이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와 정답을 통째로 응시자에게 제공한 것이다.

문화를 매개로 시민들에게 삶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이 재단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민 중심에서 사업을 수행해 왔던 재단이 이제 어떤 가치로 시민을 설득해 시민 중심의 문화자치를 실현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어떤 내막이 있었는지, 왜 김 총장이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질렀을까. 조직내 갈등과 반목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문화재단 모 팀장이 물러났다. 그가 퇴직하면서 특정 언론을 통해 재단을 음해하고 비난했다는 의혹이 생기자 김호일 사무총장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언론인 출신 홍보팀장이 필요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모 팀장은 재단측으로 부터 재단을 음해하고 비난했다는 의혹을 받았을까. 재단측은 해당 팀장이 책임있는 자리를 요구했지만 재단이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세차례 결재에 들어갔지만 부결됐었다. 재단의 정원은 50명이었지만 지난해 7월 당시 육아휴직, 직지코리아 파견, 병가 등으로 10명 이상의 인원이 빠진 35명으로 재단의 업무를 소화해야 했던 것. 그래서 빠른 조직개편이 필요했고, 사람도 필요했던 것이지만 특정인을 위한 조직개편을 원하다보니 차일 피일 결재가 미뤄지고 결국 이 같은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공석이었던 홍보팀장 자리는 지난 1월 채용 공고에서도 합격자가 없었고 현재까지 거의 8개월이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어 김호일 총장이 조급한 마음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재단 공채 1기로 지금까지의 과정을 모두 알고 있고 봐왔던 한 직원이 조직개편안의 문제, 보복감사 등의 잘잘못을 따져보겠다며 한범덕 시장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재단의 문제점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재단의 수장이 저질러서는 안될 과오를 저지른 것은 확실하다. 그에 대한 감당은 본인이 물론 책임질 것임을 밝혔다.

재단의 수장이 공석이 되자 또 그 자리에 누가 올 것이냐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최근 청주문인협회 '셀프 심사'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거론되고 있어 '청주시 문화계를 이끌어갈 수장과 어른이 이렇게 없나'라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론 형성으로 몰고 가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상식적 판단이 있는 청주시라면 이 사태를 잘 해결하고 소통하며 일할맛나는 조직으로 이끌어갈 인물을 뽑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그렇다면 소통하며 시민을 위한 문화를 매개해줄 재단의 문제점은 없는가 짚어봐야 한다. 재단은 청주시 출연기관으로 전결권이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려면 청주시의 결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4년마다 청주시의 수장이 바뀌면서 조직이 흔들리는 점, 사무총장의 임기도 2년으로 너무 짧은 점 등이 대두되고 있다. 시 출연기관이지만 업무 전결권을 어느정도 갖게 해야 자체적으로 조직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한 시장은 시 출연기관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본질과 현상을 잘 따져 모두가 인정할만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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