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얼마전 해외토픽에 세태를 반영하는 신선한 뉴스가 실렸다. 미국 뉴욕주의 한 부부가 8년 넘게 무직 상태로 집에 얹혀사는 아들을 집에서 쫓아내기 위해 송사를 벌였다. 뉴욕 북부 카밀러스에 사는 60대 부부는 올해 서른을 맞은 아들을 상대로 퇴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부부는 아들에게 다섯차례 편지를 통해 '2주 안에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퇴거 조건으로 '독립자금 1100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들이 나갈 기미를 보이지않자 결국 부모가 아들을 고소했다. 법원은 누구편을 들었을까. 당연히 부모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맞는 뉴스지만 우리에게 먼 남의 나라 얘기는 아니다.

미국 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25~29세 성인의 33%가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여전에 비해 세배가 늘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립 유지가 가능한 조건의 보수를 지급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결혼하는 인구 역시 꾸준히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센터는 분석했다.

부모세대에게 서른은 집안의 가장이 될만한 나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은 커녕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이다. 완전고용제를 실현했다는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직장인들의 연봉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300만엔이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웬만한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초봉보다 적다. 그래서 몇년전부터 일본에는 신조어가 하나 등장했다. '아저씨 캥거루족'이다. 35~44세의 어엿한 중년이 돼서도 결혼을 않거나 스스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사람들이 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일본 노년층은 부자다. 버블 시기에 일본인 특유의 알뜰한 저축으로 부를 축적했다. 1500조 엔에 달하는 개인금융자산의 80퍼센트는 노년층이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퇴직자들의 평균 연봉은 한 달에 30만엔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노인들은 연금뿐 아니라 통장도 빵빵해 소비성향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도 인색해 자식이 결혼을 한다고 부모가 집을 사주는 일도 거의 없다. 거주 형태가 자가 아니면 월세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전셋집을 마련해줄 필요도 없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최근엔 우리나라도 미국·일본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캥거루족도 늘어나고 있다. 알바몬이 최근 2030세대 미혼 성인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76.1%가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응답자중 아저씨로 불릴 나이인 30대가 66.4%였으며 직장인도 69.5%에 달했다. 이유는 역시 경제적 부담(66.9%)이 컸다. 결혼해야 독립이 가능하지만 높은 집값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화 시민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의 청년들이 불행하다고 여기며,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래저래 30대 갱거루족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