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수가 쏟아진 16일 청주시 서문동의 한 골목. / 안성수
홍수가 쏟아진 16일 청주시 서문동의 한 골목. / 안성수

최근 일본이 간사이(關西)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역대 급 피해를 당했다. 지난 5일 폭우가 내린지 나흘 만에 사망자가 70명이 넘고 60여명이 행방불명 됐다. 서(西)일본 곳곳에서 토지유실, 침수, 주택붕괴, 교통두절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한때 일본 서부에 사는 주민 1천만명에게 주의 및 대피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최고의 방재시스템을 갖춘 일본도 이 정도다. 장마철 '물폭탄'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작년 이맘때 충북 청주도 집중호우로 한때 도시기능이 마비됐었다.

작년 7월16일 새벽 불과 반나절 쏟아진 비는 충북 청주·증평을 비롯한 중부권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기습 폭우로 도내 공공·민간부문 피해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700억원이 넘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7명이고 무려 1천300대의 차량이 도로 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돼 폐차절차를 밟았다. 집이 무너져 내리거나 애써 기른 농작물이 유실되는 등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주민들은 한동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 청주 수해는 아무리 도시기반시설을 잘해놓아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급재난에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으며 일부 도민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여기에 기상청의 오보도 한몫했다. 작년 폭우가 쏟아진 날 기상대는 30~80㎜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하늘이 뚫린 듯 300㎜의 비가 퍼부었다. 반면 일본은 지난 4일부터 수차례 단계적으로 기록적인 큰비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하고 대우(大雨)특별경보까지 발령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1천㎜의 폭우가 쏟아질 것 까지는 예상 못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정밀한 자연재해 시스템과 관민(관민)협조체제로 피해를 줄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상청은 한 대에 550억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고 전국 각지의 예보관들은 있지만 예보능력은 함량미달이다. 단계적 예보는 희망사항이다. 오죽하면 기상청이 '오보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청주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복대동과 비하동 주민들에게 안내 문자 한통 보내지 않았고 일부 지역의 단수와 정전사태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평소 긴급재난 대비에 대한 훈련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작년 청주를 강타한 집중호우와 최근 일본 간사이 지방을 초토화시킨 물폭탄은 기상예보가 허술하고 긴급재난대비 시스템이 부실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청주는 지난 7일 오후에도 88㎜의 장대비가 쏟아져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태풍은 가을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당장 태풍 '마리아'가 한반도로 북상중이다. 하늘의 조화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재해는 빈도가 잦고 강도도 해마다 더 거칠고 강해지고 있다. 지자체와 기상청, 지역주민들이 함께 대비하지 않으면 재해는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