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와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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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18.07.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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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틀째를 맞은 2일 LG화학 오창1공장 주간 근무자들이 6시 정각에 맞춰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 신동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틀째를 맞은 2일 LG화학 오창1공장 주간 근무자들이 6시 정각에 맞춰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 신동빈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산다. 의식주를 위한 물자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을 한다. 노동(勞動).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인간 행위'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척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아주 먼 옛날, 인간에게 욕심(慾心)이 생겨나지 않았을 때, 원시 채집수렵시대에는 공동 노동으로 물자를 얻어 함께 소비하거나 스스로 그 날 그 날 채집, 수렵해 썼다. 내일을 위한 준비는 없었다. 노동은 삶 그 자체였다. 무언가 목적을 둔, '내일'을 위한 어떤 행위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원시 채집수렵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동질적이고 단순한 가족에서 이질적이고 다양한 씨족, 부족 사회로 분화됐다. 당연히 노동 개념도 바뀌지 않으면 안됐다. 삶의 수단인 도구로 변했다. 사고파는 상품이 됐다. 노동력을 소유한 자는 노동력이 필요한 자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판다. 그 노동력을 산자는 노동을 시키는 대신 반대급부로 돈 또는 물자를 준다. 노동력을 소유했지만 팔거나 누가 사주지 않으면 그 가치가 없다.

노동력을 산자는 노동력을 값싸게 사고 노동시간을 늘려 더 많은 물자를 생산하려 한다. 노동력을 판자는 노동력을 팔았으니 산자로부터의 지시나 조정을 받아야 한다. 시키는 대로 노동을 해야 한다. 삶의 원천, 노동이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객체가 된다. 노동은 그저 나에게 존재할 뿐 내 것이 아니다. 노동력을 판 뒤부턴 내 마음대로의 노동행위가 불가능하다. 노동력을 산자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조건으로 지나친 노동을 요구, 아니 강요하기 일쑤다. 물론 당분간 노동력을 판자도 좋을 수 있다. 성이 차지 않지만 일한 만큼 돈을 더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이 거래되면 노동을 판자는 자신을 위한 물자를 생산하지 않거나 못한다.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물자로부터 소외된다. 내가 쓸 물자가 아니거나 필요시 돈을 주고 사야하기 때문이다. 그저 노동력을 실행하는 셈이다. 노동에서 삶의 원천을 찾을 수 없다. 능력을 발휘하는 창의성이나 노동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는 열정이 노동행위에 없다. 노동력을 판자는 노동력을 판값으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소비, 자기계발 등의 행위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동을 삶의 원천으로 승화시키려 한다. 원칙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소비 행위가 노동에 따른 소외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에 따른 만족이 노동에 따른 구속이나 부자유를 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노동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가 있다. 독일 실존주의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다. 그는 인간을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류했다. 하루 시간의 3분의 2를 자기를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라 했다. 노동이 삶의 원천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은 '노동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다. 주 56시간 정도 노동을 해야 '자유인'인 셈이다.

노동의 대가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자유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급기야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연장근로뿐만 아니라 휴일근로를 포함해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한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훼손을 비롯해 삶의 질 저하,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인한 부작용 발생 등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배경이다. 우리가 너무 많이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OECD 주요국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1,707시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052시간으로 연간 345시간이 많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문제는 노동시간이 주는 만큼 수입 감소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총체적 노동력 값은 일정한데 반해 이 값을 나눠먹는 노동자만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의 감소로 노동자들은 자유인에 가까워졌지만 그 자유를 누릴 비용 마련이 관건이다. 자칫 손가락만 빠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하튼 주 52시간 근로제가 니체가 말한 자유인으로의 변화인지, 일자리 쪼개기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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