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청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무원들을 강력하게 통솔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이 인사권이다. 그래서 인사철마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직원들의 승진과 영전은 공무원들의 커다란 관심사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부정청탁으로 이어진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이같은 인사 로비에 대해 취임 첫 직원조회에서 경고성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시장은 엊그제 "상상 이상으로 인사 부탁이 많이 들어 온다"며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인사 청탁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겠지만 한 시장이 '상상 이상'이라고 표현하며 개탄할 정도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한 시장이 부담을 느낄만큼 인사청탁이 쇄도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부 공무원들이 편한 자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이처럼 복지부동한 자세가 만연해 있다면 청주시 발전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한 시장이 직원조회에서 밝힌 발언은 청주시 공무원들의 그릇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장은 "(인사부탁은)고생했으니 편한 곳으로 보내 달라는 건 데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편한 데서 근무하기를 원하면 그건 세금 도둑"이라며 "어떻게 함께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직원이) 몇 년간 고생했는데 허리가 아프고, 어디가 아프다면서 편한 데 좀 보내달라고 하는데 그런 (편한) 부서는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의 '세금도둑'이라는 독한 비판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부서가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직업적인 소명의식이 문제다. 공무원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안다면 '편한 자리'를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선구청장과 민선 청주시장을 이미 한차례 역임한바 있는 한 시장은 인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4년 전 6.4지방선거 6개월 전에는 사무관급 간부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인사에 불만을 품고 시장 부속실에서 난동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인사란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공무원들이 잘 알 것이다. 인사를 통해 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불이익을 받는 사람도 있다. 제한된 자리에서 인사권자의 인사방침과 의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누락됐거나 원치 않은 자리로 옮기게 됐을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맡은 보직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게 임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다.

한 시장은 이날 "기획, 예산, 인사, 조직, 감사 부서도 중요하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가 더 좋다"며 "사업 분야에서 고생한 직원이 근무 성적 평정(근평)을 잘 받고 더 잘 승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편안한 자리만을 원하는 '웰빙공무원'에겐 승진의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반면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자신을 희생하며 고생한 직원에겐 반드시 인사에 혜택을 받는 풍토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청주시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조직이 생동감있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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