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충주시청사 / 중부매일 DB

중앙부처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정부 출자·출연기관이나 산하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인사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일하다 관련 기관에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를 가리켜 '관피아'라는 부정적인 칭호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낙하산인사는 고질적인 적폐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낙하산인사가 비단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정부 역시 이같은 관행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충주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시가 출자한 충주기업도시와 충주메가폴리스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충주에 본부를 둔 세계무술연맹 사무총장과 충주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시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가나오엠 부사장, 참빛충북도시가스 사장을 충주시청 서기관 출신 전직 공무원들이 맡고있다. 이같은 자리는 충주시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거의 철밥통처럼 대물림하는 자리다. 이 가운데 충주기업도시와 충주메가폴리스 대표이사직은 충주시장보다 많은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데다 전용차량까지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낙하산인사 관행은 충주시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마찬가지다.

낙하산인사가 이어지는 이유는 자치단체가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고위직 공무원들의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대신, 퇴임 후 자리보장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취업을 하늘의 별따기로 여기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는 불공정한 행위다. 자치단체의 인사적체 해소라는 명분만으로 시민들을 이해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낙하산인사는 자치단체장들의 부하직원에 대한 줄세우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자치단체 산하 기관이나 단체에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취업을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때만 되면 많은 고위공직자 출신들 인사들이 앞을 다퉈 자치단체장 후보의 선거캠프에 들어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면 자치단체 산하의 기관·단체로 가기 위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곤 한다. 오죽하면 '선피아'(선거 마피아)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자치단체장이 능력있는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를 기용하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40여년 간 혈세로 급료를 받고 퇴직 후에도 300만 원 이상의 공무원연금을 받고있는 이들에게만 다시 고소득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다. 심사의 공정성이 확실하게 확보된 공모제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시민들에게 최소한 재취업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는 기회라도 제공해야 한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일반인들이 조직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획일화된 사고를 가진 공직자 출신에 비해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오로지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그릇된 관행을 버리고 바로잡는데는 자치단체장의 아주 각별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때로는 이같은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단을 내릴 줄 아는 자치단체장이 진정으로 용기있는 정치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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