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창업일기] 2. '달콤점방'김진아 대표
청주 북부시장 구석진 골목서 현대식 디저트전문점 문 열어
손님 장보기로 연결 활성화 한몫…방문객들 후기 글·SNS로 소통

청주 북부시장에서 청년 창업가로 성장하고 있는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직접 만든 마카롱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신동빈
청주 북부시장에서 청년 창업가로 성장하고 있는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직접 만든 마카롱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마카롱을 구매한 손님들이 덕분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간다고 하실 때가 많아요. 조금이나마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는거겠죠? 그런 말을 듣고 행복해 할 때면 괜히 뿌듯해요. '이젠 나도 시장상인 다 됐구나' 싶죠."

마카롱 전문점인 '달콤점방'은 지난해 8월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북부시장의 작은 골목길에 문을 열었다. 김진아(32·여)씨가 운영하는 이 작은 가게는 전통시장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한 현대식 디저트 전문점이지만 '부조화'라는 예상된 편견을 깨고 전통 시장 속에 스며들고 있다.

"'과연 전통시장에 마카롱을 사러오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았죠.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실패는 하지 않을거란 확신은 있었어요. 기본에 충실하자는 일념으로, 그렇게 가게 문을 열었어요."

김 씨는 20대의 나이에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해오다 결혼 후 육아 문제로 잠시 일을 놓게 됐다.

하지만 다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고민하게 됐다.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볼까'하며 고민에 잠겨있던 중 식탁에 올려져 있던 마카롱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평소 집에서 마카롱을 소소하게 만들어 친구 또는 지인들에게 선물해왔다. 이 마카롱에 대한 주변인들의 맛 평가는 항상 좋았기 때문에 창업 아이템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형형색색의 마카롱을 진열하고 있다./신동빈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형형색색의 마카롱을 진열하고 있다./신동빈

창업을 고민하던 때 운명같은 기회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청주 북부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발표한 청년상인 점포를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그렇게 김 씨는 마카롱을 즐겨먹는 남편의 응원 아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북부시장의 창업지원을 받아 인테리어부터 홍보, 행사 등 여러모로 창업에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특히 시장 상가 임대료가 일반 매장에 비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어요."

그녀는 저렴한 임대료로 지출비용을 절약한 만큼 마카롱의 판매 가격도 낮췄다. '달콤점방'에서 판매되는 마카롱은 1천500원이다. 시중 카페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500원 정도 저렴하다. 김 씨는 시장에 매장을 꾸려 혜택을 본 만큼 시장에 맞는 착한가격으로 손님에게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장사 철학은 손님들의 발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개업 준비를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어요. 매장 인테리어를 봐주시던 분은 매장 위치가 너무 구석에 있고 사업 아이템도 시장과 맞지 않는다고 걱정해 주셨죠. 장사가 되지 않을거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갓 구운 타르트를 포장하고 있다./신동빈
김진아 달콤점방 대표가 갓 구운 타르트를 포장하고 있다./신동빈

김 씨가 창업에 나섰던 지난해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청년상인 지업사원이 난항을 겪고 있던 때기도 했다.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창업을 지원하겠다던 사업은 애초 기대와 다른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청년상인 지원 사업에 선정된 20곳 전통시장 중 18개 시장에서 폐점이 발생했다. 북부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청년들이 부푼 기대를 안고 창업에 나섰지만 문을 닫은 점포가 늘어갔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창업을 준비하던 그녀는 시작부터 여러 걱정들로 밤을 지새야만 했다. 그녀라고 해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출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미 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뒤로 돌아가봐야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각오로 나선 그녀의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성공'보다는 '성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고 무엇보다 단골손님이 생긴다는 게 정말 기뻐요. 한 번 다녀간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는다는건 맛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니까요."

그녀의 가게는 구석지고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없거나 줄지는 않았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SNS와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후기 글들이 큰 도움이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청주 달콤점방'을 검색하면 수십개의 방문글들이 남겨져 있다. 김 씨 또한 SNS를 통해 손님들과 소통을 나누고 있다. 300여 명의 팔로워들은 그녀가 게시한 '오늘의 마카롱'을 살펴보며 매장 방문을 약속하곤 한다. 비록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시장 골목에 있다 하더라도 '달콤점방'의 이름은 청주에 널리 퍼지고 있는 셈이다.
 

청주 북부시장 골목길에 위치한 달콤점방/신동빈
청주 북부시장 골목길에 위치한 달콤점방/신동빈

김 씨는 계속해서 늘어가는 손님들 덕분에 맛에 대한 자부심과 가게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메뉴개발을 통해 손님들에게 더욱 맛있는 디져트를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녀는 시장에서 창업한 만큼 주변 상가에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카롱은 작고 동그란 모양의 과자 사이에 크림을 채운 샌드위치 쿠키에요. 앞으로 '달콤점방'은 쿠키 사이에 든 크림이 되고 싶어요. 맛있는 마카롱으로 시장의 활성화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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