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복날을 일주일 앞둔 10일 청주 육거리시장 토종닭 거리의 닭 판매장에는 팔리지 않은 닭과 개고기가 닭장과 냉장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 안성수
복날을 일주일 앞둔 10일 청주 육거리시장 토종닭 거리의 닭 판매장에는 팔리지 않은 닭과 개고기가 닭장과 냉장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 안성수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이때는 유독 더워 '삼복더위'라 했다. 예부터 사람들은 삼복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특별 음식을 먹었다. 아무래도 개고기, 보신탕이 먼저 떠오른다. 몇 년 전부터 다소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하지만 이젠 보신탕의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최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개 농장 주인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였다.'는 이유로 '동물보호법 위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공개 장소 등에서 개를 죽이는 행위만 처벌했던 과거와 달리 처음으로 개 도살 자체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현재 이런 데다 '개를 가축에서 제외시켜 식용을 금하자'는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고기 식용에 관한 한 조선 순조 때 다산 정약용(丁若鏞)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유배 중 정약용은 흑산도에서 역시 유배 생활하던 정약전(若銓) 둘째 형과 자주 안부 편지를 주고받았다. 하루는 형으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짐승 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소식을 전했다. 정약용은 유배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인데 생선만 먹어서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도(道)가 아니라고 생각해 형께 짐승 고기를 권장했다. 이 짐승 고기가 바로 개고기다.

정약용은 개 잡는 법에서부터 삶은 법까지 상세하게 적어 보냈다.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 마리 수 백 마리뿐이 아닐 텐데, 제가 거기에 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삶는 것을 결코 빠트리지 않겠습니다. 중략. 이곳에 어떤 사람이 하나 있는데 개 잡는 기술을 뛰어납니다. 먹이통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 머리가 빠질 만하게 만든 뒤, 그 통 안의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 낫을 꽂는데 그 모앙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 바늘처럼 굽어서는 안 됩니다. 통의 밑바닥에는 뼈다귀를 묶어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할 수 있습니다. 낮은 박힌 부분을 위로 가게 하고 날의 끝은 통의 아래에 있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개가 주둥이를 넣기는 수월해도 다시 꺼내기는 거북합니다. 또 개가 미끼를 물면 그 주둥이가 불룩하게 커져서 사면으로 찔리기 때문에 끝내는 걸리게 되어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개천에서 산채로 자루에 넣어 감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몽둥이질로 잡아 그대로 불에 그슬리는 방법보다 더 잔인하고 섬뜩하다. 정약용은 개를 삶는 방법도 상세하게 적어 보냈다.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러고는 일단 꺼내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정약용은 "5일마다 한 마리를 삶으면 하루 이틀쯤이야 생선요리를 먹는다 해도 어찌 기운을 잃는 떼까지야 이르겠습니까? 1년 365일에 52마리의 개를 삶으면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 잡아먹을 때 가루로 만들어 쓰라고 형님께 들깨 한말을 보내드렸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 잡을 차례라고 첨가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박석무 편역)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인류가 먼저 가축화한 짐승이 개다. 짐승의 가축화는 수렵 노고를 덜기 위한 방법이었다. 편히 잡아먹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에서 한국, 중국, 베트남 3개국만 개식용이 공공연하게 관습처럼 내려오고 있다. 특히 "천자가 개고기를 먹었다<예기>. 제사에 개고기를 쓴다<논어>.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토끼를 잡기 위해 달리던 개를 삶는다(狡兎死 走狗烹) <사기>." 등 각종 문헌에도 개고기 식용을 언급하고 있는 데다 '복날 개 잡듯', '복날 개 패듯' ,'복날에 개 판다'란 속담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당분간은 개고기 식용금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