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고 많은 범죄 중에 가장 끔찍한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아동 유괴를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 엄단하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에서의 아동학대는 근절되기는 커녕 점점 늘고있다. 최근 경기불황, 실직 등의 경제적 요인이 이혼율 증가, 가정해체 가속화 등을 부채질하면서 어린이들이 부당한 폭력과 학대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가혹행위 및 유기와 방임 등을 말한다. 충북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충북도의 경우 올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총2백70건으로 지난해 2백21건보다 21%가량 증가됐다.
 이로 인해 도내 학대아동은 약 1만7천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실제로 신고돼 보호받는 아동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아동학대가 가정이라는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고 주변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면서 나머지 98%가 적절한 보호와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운 것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79.6%가 친부모라는 사실이다. 아동학대보호센터에 신고된 지난해 전국 신고건수 중 친부에 의한 것이 55.8%, 친모에 의한 것이 23.8%였다. 부모되기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적절한 아동 양육기술과 대안적 훈육방법을 교육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보급이 아동학대 예방차원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신고율이 저조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아동학대예방센터가 개설되고 1391 신고전화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동학대를 가정내 문제로 여기는 전통적 체벌문화의 만연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 1천명당 아동학대 발견율은 미국 12.2명, 일본 0.77명에 형편없이 못 미치는 0.18명에 그치고 있으며 시설종사자, 관련공무원, 교사, 의료인 등 아동복지법상 신고의무자의 신고 또한 54.7%인 미국에 비해 절반정도인 26%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아동학대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391 신고전화 홍보 및 아동학대 인식 증진 ▶아동보호시스템 확충 및 서비스 전문화 ▶가족지원 프로그램 개발·운영 ▶효과적인 학대아동 보호서비스 제공체계 확립 ▶학대행위자의 치료 및 재활 서비스 제공 등의 종합대책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2004년까지 연차적으로 시행될 이러한 종합대책을 좀 더 실효성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국민 일반의 관심이 절실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폭력의 그늘 속에서 동심이 썩어들어가는 어린 생명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누구랄 것도 없이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아동에 대한 일체의 폭력과 가혹행위는 어떠한 핑계도 용납되지 않는 비인간적인 범죄행위다. 내 자식 내가 패는데 웬 간섭이냐는 후안무치한 사고방식을 타파하는데 온 사회가 다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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