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대륙 만큼이나 먹거리가 풍부한 중국에서 요리하지 못하는 재료는 딱 3가지 뿐이라고 한다.
 그것은 육지의 네발 달린 탁자와, 바다의 배,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요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필자가 중국에 들렀을때 그들로 부터 들은 이야기이지만 동남아권에서 경작문화의 먹거리는 역시 쌀이 으뜸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지난 7월말 중국 허난성 텐조우 인민회당에서 열렸던 국제고고학술회의는 청원군으로서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였다.
 충북대 박물관 발굴팀이 지난 97년에서 98년 사이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오창과학 산업단지 내에서 발견한 소로리 볍씨가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로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소로리 볍씨가 국제학술회의에서 공인을 받은 것은 지난 99년 필리핀 라스바뇨스 벼유전자국제회의가 첫번째였다.
 지금까지 볍씨는 중국 강서성, 선인동 동굴(1만5백년),호남성, 옥섬암 동굴(1만1천년)에서 출토된 것이 세계 최고로 알려졌고,따라서 동북아 볍씨 전파의 기원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충북대학교 이융조교수는 「구석기 시대의 소로리 볍씨와 토탄층」이라는 주제를 통해 소로리 토탄층에서 나온 볍씨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1만3천~1만5천년이라는 절대연대치를 얻어냈고, 따라서 소로리 볍씨는 중국 볍씨보다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임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로리 고대벼에 재배벼의 흔적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는 점이며, 이로써 가장 오래된 볍씨에 대한 학술논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렇듯 국제학술회의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된 소로리 볍씨이건만 자치단체의 개발논리에 치이고,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의 결핍으로 세계적인 문화 유산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한 시민단체가 얼마전 소로리 볍씨와 출토 토탄층 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보존운동 방향과 활용방안을 모색한 데에 이어, 청원군이 오는 12월중 한 중 일 3개국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소로리 볍씨와 아시아 도작의 기원]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갖기로 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청원지역에서 생산되는 청원생명쌀이 지난해에 이어 제 11회 전국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2년 연속 전국대상을 수상, 맛과 품질을 전국에 과시했다.
 세계 최고의 소로리 볍씨가 나온 청원지역에서 청원생명쌀이 전국대회 2년 연속 쌀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아 명실공히 쌀의 명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찍이 영국의 역사가 스탑스는 [현재는 과거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다]고 갈파했다.
 시간은 달라도 동일 공간에서 생산된 쌀의 기원과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은 그만큼 의미있는 일이다.
 문화도 역사의 덧칠이 가해질 때 더욱 의미가 깊어지는 것처럼 청원생명쌀 역시 소로리 볍씨와의 역사성으로 재포장된다면 전국 제일의 쌀로 등극함에 한층 무게감이 실릴 것이다.
 차제에 청원군은 소로리 볍씨와 출토 토탄층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하고 기념물 전시관을 건립하는 방안 등을 보다 심도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jbman@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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