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결같은 금강 상류가 장군봉, 양성산, 작두산을 휘돌아 가는 꼭지점에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남대가 있다. 산세가 빼어나고 물이 맑은 이곳은 대청댐 준공당시에는 국민관광 지구로 지정되었으나 1985년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관광지구 지정이 취소되는 등 금단의 지역으로 오늘에 이른다.
 서슬 시퍼렀던 5공시절에 청남대의 일반인 접근은 철저히 차단됐다. 지금은 어느정도 완화되어 청남대 가는 길 중간부분까지는 일반인의 입장이 허용되고 있으나 초창기때는 입구에서 부터 얼씬도 못하는 봉쇄된 구역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일정한 휴양시설은 있어야 할 것이나 하필이면 대청댐의 알짜배기 땅에 청남대를 조성함으로써 주민이 겪는 불편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청남대 일대에서는 어로(漁勞)행위를 할 수 없고 유람선 운항도 금지되어 있다. 문의면 지역의 경우, 대청댐 준공당시 구입했던 유람선을 사용하지 못한데다 개발도 제한받고 있다.
 옥천군의 경제 손실액은 연간 8백23억원에 이르고 있다. 토지수몰과 이주민 발생, 생활및 영농 교통장애를 합치면 이같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청댐 조성으로 대청호 일대에 사는 주민들은 심한 박탈감에 허덕이고 있다.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공장도 못짓고 증개축 행위에도 제한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청남대가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주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무릇 관광지란 모든 사람들이 휴식과 관광을 취할 수 있도록 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상식이다. 경치가 빼어난 곳을 대통령 혼자 즐기고 독차지 하겠다는 것은 제왕적 발상이나 다름없다. 진정 국민의 아픈 마음을 추스리는 대통령이라면 일찌감치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줬어야 했을 것이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청남대를 개방하겠다는 말이 정치권 일각에서 더러 흘러나오긴 했어도 그 말들은 대청호를 그냥 둥둥 떠다녔다. 청남대가 국회의원 등 특정인에게 공개된 적은 있어도 일반인에게 공개된 적은 없다.
 문의 주민들은 청남대를 코 앞에 두고도 갈수도, 볼수도 없다. 국민 휴양은 둘째치고 당장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최근들어 대선 후보들이 후보토론회,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청남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 약속만큼은 꼭 지켜지길 바란다.
 토마스 제퍼슨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공언하였지만 막상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도대체 신문때문에 골치아파 못살겠다」라고 실토했다.
 몸이 달 때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와의 입장차이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더구나 이러한 약속은 개인대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대(對)국민적인 공공의 약속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꼭 믿어봐야 겠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먼산 처다보듯 할게 아니라 약속이 지켜진 이후의 청남대 활용방안을 십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청남대가 국민관광지구로서 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한다. 산과 강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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