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중반전으로 치닫으면서 선거공약이 네거티브로 전환되거나 상대후보 흠집내기, 폭로전 등 혼탁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21세기를 맞으며 첫번째로 치르는 대통령 선거임에도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는 여전히 20세기 형의 구태에 머물러 있다.
 2강구도를 보이고 있는 두 후보의 홈페이지를 보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깨끗한 정부, 국민통합, 일자리 창출, 서민경제와 중산층 재건 등을 대선 공약으로 명시했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바로 선 대한민국, 잘 사는 대한민국, 따뜻한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공약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돼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프로판 개스가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듯 긍정일변도의 밝은 공약이 순간적으로 네거티브화 하여 상대방을 공격한다는데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지난 3일 있은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도 그런 우려가 재현됐다. 이 후보는 부패정권 청산을 부르짖었고 노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을 제창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바로 선거공약에 있는 깨끗한 정부, 바로 선 대한민국을 네가티브로 뒤집어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패정권 청산과 낡은 정치 청산사이에는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 최소한 이점에서 만큼은 두 후보의 주장은 그게 그거다.
 급기야 부패정권이다, 부패정권 원조다 공방전을 벌였고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부패원조당과 부패신장개업당이라고 두 후보를 동시에 몰아쳤다.
 대선 공약이 무슨 「두 얼굴의 사나이」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얌전한 공약은 상대를 만나는 순간 헐크로 돌변하여 날카로운 이빨을 세우고 공격하기 예사다. 대선은 모름지기 지방선거의 모범답안인데 그 모범마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식으로 나간다면 누가 이를 본받을 것인가.
 50여년 민주주주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의 의식수준은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이에비해 후보자의 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그야말로 디지털 유권자에 아날로그 후보다.
 공약의 얼굴바꾸기외에도 혼탁양상은 일일히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말로는 저마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고 상대방 인신공격은 여전히 여반장이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후보시절 후보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진정한 리더십은 더하기를 하는 과정이고 나누기를 하는 행동은 아니라 믿습니다. 나는 이 나라의 한 부분을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 전체를 이끌고 싶기 때문입니다』
 분열이 아닌 통합의 논리요,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의 논리다. 정치 선진국이라고 해서 상대방 후보를 공격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네 처럼 원색적이고 인격에 치명상을 입힐만한 인신공격은 잘 하지 않는다.
 인물론으로 대결할때「상대방은 그릇되고 나는 옳다」고 하는 것은 극단적 흑백대비론이요, 「상대방도 훌륭하지만 나는 더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비교우위론이다. 우리의 지향점은 이제 후자에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