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민주당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자녀들에 대한 뉴스가 부쩍 늘었다. 노 당선자의 대권도전일정이 자녀들 인륜지대사와 공교롭게 겹치는 바람에 혼사와 관련한 소식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건호씨는 오늘 가족 및 친지들과 조촐하게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고 하고, 딸인 정연씨도 대통령 취임 이전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우선 대통령당선자의 세계관과 정치철학, 구체적인 정책 포부 등에 관심을 쏟아도 모자랄 시간에 당선자 자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눈길을 보내야 하는 우리들 처지가 좀 씁쓸하기는 하다. 당선 확정 뒤 자의반 타의반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내 어색해했던 건호씨 모습처럼 이러한 관심 자체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대정치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들의 자녀들 일부는 민주정치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부정적 행보를 보여왔다. 권력의 총구를 함부로 휘두르다 삶을 마감한 이도 있었고, 소통령을 자처하다 법의 철퇴를 맞은 이도 있었다. 현재도 차가운 감방에서 통한의 눈물을 쏟고 있는 최고 권력자의 아들들이 있다. 그리고 또 일부는 평범하지 않은 성장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내지 못하고 불행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만큼 노무현 당선자의 아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평범하게 사는 선례」를 만들겠다고 다짐성 언급을 해야했던 것은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노 당선자의 자녀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러한 요구와 함께 그의 가족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역대 어떤 권력자들보다도 서민적인 삶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타 정치인으로 각광받았던 정치인의 자녀로 성장했지만, 타고 날 때부터 귀족이어서 귀족적 삶의 코스를 거쳐온 이들이나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굴곡을 온 몸으로 뚫고 나온 이의 자녀들과는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평범하게 공부했고 공인된 과정을 거쳐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평생 연분을 찾고 새 삶을 꾸려가는 과정 또한 평범하다.
 이 같은 모습은 노 당선자의 서민적 이미지를 보강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선거운동 기간 중 일부에서 자녀들을 앞세운 선거운동을 권할 만큼 장삼이사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현명하게도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녀들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켰다. 바로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노 당선자를 지지했거나 혹은 이후 행보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조심스레 한 가닥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특권을 거부하는 노 당선자의 정치적 이미지와 부합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제발 다시는 혈연관계를 빙자한 권력의 남용으로 불행해지거나 법의 심판을 받게되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수없이 많은 유혹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한 처신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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