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철새 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역구의원이 탈당할 경우 1년간 다른 당의 당적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당법 개정안과, 탈당 후 1년 이내에 다른 당에 입당시 의원직을 상실토록 하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이 그것으로, 여야 국회의원 32명이 발의했다.
 2개 입법안의 국회제출은 지난 16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무원칙한 당적변경을 일삼던 일부 정치인들에게 쏟아졌던 국민적 공분을 반영한 것이어서 일단 의미가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었다는 점에서 법안제출의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는 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해도 해도 너무했던 변절과 야합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고 이의 재발을 제도적으로 방지해야한다는 국민여론이 집약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익과 개인 영달을 위해 당적을 바꾸는 정치변절의 일상화는 주권자들의 뿌리깊은 패배의식과 냉소주의를 부추겨 정치의 퇴행을 결과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표를 구걸하던 정치인이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소신 운운하며 다른 당 간판아래 넙죽 머리를 조아릴 때, 국민들은 실로 참담함을 금치 못했고 정치환멸의 속병을 앓게 되었다.
 그런 만큼 주권재민 원칙과 대의제 민주주의 본령을 우롱하는 철새행각에 철퇴를 내리는 일련의 법제화 작업이야말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회제출된 입법안이 현실화된다면 현역정치인이나 정치예비군 모두에게 국민대표자로서의 엄숙한 사명과 의무를 되새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정당의 일꾼이 되고 정치인으로서 입신양명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현실 정치지형을 현명하게 읽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분명하게 인식한 뒤 신중하게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소속 정당의 노선을 핑계로 탈당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소속 당의 올바른 노선정착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강제함으로써 정당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법안들이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정당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구속하는 위헌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돼 통과 여부를 점칠 수 없는 실정이다. 한때 철새였거나 잠재적 철새라 할 국회의원들이 과연 얼마만큼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이를 법제화할 것인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위헌적 요소를 최소화하며 잦은 당적이탈을 막는 제도적 방안의 하나로 지역 주민의 신임 또는 불신임을 묻는 국민소환제나 국민해임제도 등을 집중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선거를 통해 철새행각을 심판하자고 떠들어봐야 현재와 같은 정당구조와 정치현실에서는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니, 철저한 상향식 공천제 채택 등의 정당개혁도 필수적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인의 무원칙한 당적변경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법적·제도적 구속은 마련돼야 한다. 한국정치 후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철새 방지법안'의 국회통과 여부를 지켜보는 국민들 시선이 맵고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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