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 세계를 강타한 '인터넷 대란'은 특히 IT 강국을 자부하던 한국에 메가톤급 충격을 선사했다. 전체 2천6백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1천만가구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렸으며, 인터넷을 통한 홈 트레이딩 시스템이 전체 증권거래의 70~80%를 차지하는 정보화대국 한국은 한 나절만에 무참해졌다.
 전국의 인터넷이 불통되면서 물건을 사고, 연락을 주고 받으며, 크고 작은 거래를 결제하던 일상적 행위들이 중단됐다. 토요일이긴 했지만 인터넷 쇼핑몰, PC방, 기타 사업체들의 피해는 막대했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살던 네티즌들은 등대불 꺼진 망망대해에서 밤을 지새는 심정으로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 '9.11 테러'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이번 사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우리가 넷세상의 시민임을 새삼 인식시켰다. 국가의 주요 기간통신망이 누구 혹은 어떤 것에 의해 장악되거나 악용되었을 때 얼마나 가공할 사태를 불러올 것인가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또한 한국이 실상 '인터넷 부실국'이었음을 전 세계에 까발렸다. 인터넷이 핵 공격에도 살아남기 위한 분산 네트워크 연구 과정에서 생겨났음을 상기할 때, 사통팔달의 정보고속도로망이 이처럼 맥없이 무너질 수 있었다면 과연 인터넷 본연의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관계 당국과 기관, 기업들의 보안 불감증 때문에 한국이 국제적 해킹의 경유지로 악용되고 있었던 만큼 '언젠가 한번은 터질 일이었다'는 지적들은 '부실공화국'의 오명을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이어가고 말 것인가 하는 자괴감을 자아낸다.
 이제는 개발독재시대의 논리를 좇아 정보고속도로 확장에만 주력함으로써 구조적 부실을 자초했던 그간의 태도를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보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제도적·구조적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 서버 관리자와 개인 PC 사용자 등도 보안점검을 일상화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제돼야 할 것은 주요 국가 기간통신망인 초고속인터넷 시스템을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접근, 종합적으로 관리·대처하는 정부당국의 일관된 자세이다. 이번 사태만 하더라도 정통부는 초기 사태파악에 허둥댔고, 일반 PC 사용자들에게까지 SQL 보안패치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대국민행동요령'을 발표, 혼선을 야기시킴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구조적 차원에서 불안정성과 보안 취약성이 지적되는 특정 업체 프로그램으로 국가전산망 시스템이 일원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전면불통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양화하거나 대안시스템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으로 우리는 막대한 피해와 함께 국가 위신의 추락을 감수해야 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이다. 이번에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을 제대로 보완한다면 명실상부한 인터넷 최강국의 꿈은 오히려 더 앞당겨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화위복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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