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경실씨에 대한 남편의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가정폭력이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의 구타를 피하려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던 주부가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일련의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이 얼마나 위험수위에 이르렀는 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부지불식간에 조장하고 있음을 사회가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에서 매를 맞거나, 부모들의 폭력적인 부부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항상 폭력이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자리잡게 마련이라는 이론은 이미 학계의 정설이 된지 오래다.
 실제로 학교폭력을 휘두른 학생들의 환경을 조사해 보면 자신이 가정에서 폭력을 당했거나, 아니면 부모간의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그러한 연유로 학교에서 혹여 퇴출이라도 당하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사회폭력의 주도세력으로 둔갑하곤 한다.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그리고 사회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뿐이 아니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길들여진 자녀들은 그들이 부모가 되어도 자녀를 학대할 우려가 높다는 이른바 폭력의 대물림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렇듯 학계에서는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가정폭력을 추방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포물선을 그리며 폭력행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차 집단에서 나타나는 가정폭력은 폭력의 성격상 사회에 쉽게 노출되지 않기에 제 3자가 개입할 여지도 극히 적다.
 이씨처럼 연예인인 동시에 가정주부로 살아가야 하는 경우라면 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들은 가정폭력이 노출될 경우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한순간에 끝장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어떻게든 이를 봉합하려 하거나, 어렵더라도 가정을 유지하려 하며, 혹시나 외부에 알려질 까 두려움에 떨곤 한다.
 그러나 상대는 이같은 심리를 노려 더욱 가혹하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둘러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정의 파탄과 함께 자녀의 불행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위에서 나열한 예처럼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같은 가정폭력은 이미 사생활의 영역을 떠난 사회적 범죄에 해당된다.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998년 제정되어 시행된 지도 어언 5년째에 접어들었건만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가정폭력을 단순히 부부간 또는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된 폭력이자 엄연한 범법행위로 다스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부른다.
 정부와 사법당국은 가정폭력이 학교폭력과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의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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