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다.
 그리고 이같은 대형 참사(慘事)가 국내에서 또다시 발생했다는 현실에 국민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유독가스와 고온을 못이겨 엿가락처럼 늘어진 전동차와 주인을 잃은채 나뒹구는 휴대폰, 그리고 각종 유품들...
 "오빠 사랑해, "엄마 사랑해...
 9.11테러 당시를 연상시키듯, 아내는 남편에게, 딸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화염속 고통을 못이겨 세상과 하직한 뒤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억울한 영혼들...
 이번 대구 지하철 사건은 독가스나 폭탄에 의한 참사도 아니었다.
 그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휘발유를 넣은 기름통에 불을 당겨 일으킨 우발적인 방화범죄였다.
 그러나 지하철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유독가스와 불길에 휩싸이면서 속수무책이 되어 사망자 수만도 1백30명을 넘어섰다.
 스프링클러와 배연설비, 비상등과 소화기도 정전이 되면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써먹지도 못할 안전시설을 해놓고, 도대체 세금은 왜 걷어가는가.
 인간다운 생존권의 보장은 커녕 국민의 생명과 재산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국가는 존립의 의미를 상실케 된다.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삼풍백화점도 붕괴됐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하늘과 땅, 바다에서, 그리고 이제는 땅속 지하철에 까지 원시적인 안전불감증 참사가 끊이질 않아 국민들을 망연자실케 하고 있다.
 88서울올림픽과 90아시안게임의 금메달리스트 주역이었던 하키선수 김순덕씨는 씨랜드 참사로 장남 도현군을 잃자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도 반납하고 이민을 떠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번 참사 역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는 것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도 미루어 짐작된다.
 게다가 벌써부터 방화사건의 모방범죄가 시작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한 남자가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이려다 몸싸움끝에 붙잡혔고, 서울 종로 지하철역에 불을 놓겠다고 협박전화를 걸었던 척수장애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기름통 하나로 시작된 단순화재가 이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면 지하철의 제반 안전시설은 처음부터 재점검해야 옳다.
 보안검색의 강화와 위험물품의 반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정전에 따른 발전시설의 구비와 유독가스 배출물 재료의 전면교체, 환기시설과 객차구조의 개체 보강과 아울러 비상시 안전대피 요령의 숙지 등 안내방송도 검토해야 한다.
 대도시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하루 승객수가 6백50만명을 넘어섰다고 볼 때 국민의 안녕을 지키려는 치안대책은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칠 게 없다.
 불특정 다수인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적으로 여기는 우울증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보도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들의 실태 파악과 적절한 보호, 관리를 통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억울하게 숨진 이들의 영전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유족들이 하루빨리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