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취재차 내한했던 CNN방송은 때마침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생중계하듯 전세계에 신속히 타전하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지게 된 인재성 화재 원인을 심층 보도해 우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지하철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도 이번 사고는 역무원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대형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우리를 당혹케 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사고만 터졌다 하면 으례 안전관리 의식의 문제와 관리감독의 소홀을 꾸짖었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들먹이며 이구동성으로 정부당국을 나무라기 일쑤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위험상황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되곤 했다.
 호연지기를 기르며 자유낙하의 스릴과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는 번지점프.
 이 역시 3백회 이상 점프 후에는 번지코드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체중에 따라 각각 내충격성이 다른 것을 써야 하지만 재정여건상 이를 지키는 업체는 극소수인 것으로 한때 보도가 돼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높은 곳에서 몸을 날리는 번지점프가 이처럼 코드에 하자가 있다면 죽으려고 뛰어 내리라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은 이렇듯 수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사회 곳곳에 똬리를 튼 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에 이어 인천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그리고 이번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에 이르기 까지, 만연된 인명경시 풍조는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인재성 참사는 반복되고, 사업의 시행자와 정부당국, 그리고 국민들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취임한 제 16대 노무현대통령은 대구지하철 참사로 숨진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재난관리에 신경을 써 다시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지하철공사도 전동차 운영 안전대책과 관련, 전동차내 소화기 위치 표지판과 비상인터폰 표지판, 출입문 비상열림 코크 표지판 등을 개선해 승객들이 쉽게 식별하도록 하고 비상시 취급방법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공사는 기관사 등 직원 175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운전관련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경찰도 앞으로 한달간 전국의 지하철 역과 백화점 극장 대형 공사장 유흥업소 등에 소화장비를 제대로 비치했는지와 시설물 안전조치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제점검에 돌입했다.
 안전불감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면서도 내 아이는 이를 사먹지 않을 것이라는 양심불량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위험에 노출된 불량 지하철과 아파트,다리, 대형빌딩을 지어 놓고도 자기는 한번도 이용하지 않을 것처럼 착각하는 과정에서 안전불감증은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서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다.
 우리가 딛고 사는 공간은 내가, 내 아이가, 내 이웃들이 살 공간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안전불감증과 부실공사를 사회에서 추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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