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게 48시간내 이라크를 떠나도록 촉구한 최후통첩 시한이 2시간 13분 지난 20일 낮 12시 15분 부시 미국대통령이 개전을 선언함으로써 세계는 전쟁의 광포한 기운에 휘말려들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전국에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공격이 이라크를 무장해제하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라크에서 위협을 제거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야심이 없음을 재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격은 대의명분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내용으로 한 제2차 결의안 통과를 자신할 수 없어 유엔 안보리 표결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테러지원이라는 명분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최후수단인 폭력에 의한 문제해결을 시도한 것은 힘을 앞세운 독단적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전세계인들이 인종과 문화,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어 'No War'를 외치며 한 마음으로 마음의 방어벽을 쌓아가는 이례적인 모습은 공존공생과 평화를 궁극적 가치로 해야할 세계질서에 대한 미국의 중대한 도전에 대한 격렬한 항의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의 유력 언론에서조차 '외교적 실패의 절정'이며 '미국의 고립'을 우려하고 있는 이라크 공격은 특히 한반도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심각한 공포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불가피한 이견과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써 조정하며 충돌을 회피하는 외교적 기술을 일찌감치 팽개친 채 힘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부시대통령과 지지 세력들의 의식이 결정적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또한 결코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을 향해 '이라크 다음' 식의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전이 조기종결될 경우 미국이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한층 강화된 대북압박 공세를 펼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곧 한반도문제에 있어 새로운 위기국면으로의 진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죽음의 골목으로 내모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켜보며 전세계 평화애호인들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대한 회의와 약육강식을 본질로 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분노를 곱씹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나마 가능한 한 인명살상을 줄이고 명분없는 전쟁이 종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문명의 불을 밝힌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찬란한 자취가 하루 아침에 스러져버리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그 마음에는 무력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국 지금은 이라크와 한민족, 그리고 전세계인 모두를 위해 다시 한번 평화의 기치를 높게 내걸어야 할 때이다. 이 비상시국을 맞아 정부는 안보태세와 치안유지,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에 한 점 허술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도 밝힌 것처럼 이번 전쟁이 북핵문제 등 남북 현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상한 외교적 총력전을 펼쳐야만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