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온갖 재화(財貨)와 발언권은 오로지 승자의 것이다. 이라크전을 개시한 미국은 겉으로 '대량살상 무기의 제거와 이라크의 해방'을 외치고 있지만 속셈은 석유자원의 확보에 있음을 세계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세계 제2의 산유국인 이라크에서 반미 성향이 강한 후세인 정권이 장기간 들어서 있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고 따라서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 걸프전 때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막아준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이라크전은 명분이 약하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도 없고 세계 도처에서 반전 시위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미국은 예정대로 선제 공격에 나섰다.
 우리는 이 전쟁을 보면서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를 헤메고 있다. 인류평화는 원칙론이고 미국의 승전은 현실론이다. 더구나 미국과 오랜 혈맹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역만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쟁을 이토록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북핵에 있다. 벼랑끝 외교를 펼치고 있는 북한의 강경노선을 보면 다음 차례는 북한이 되지 않을까 아찔아찔하다.
 북핵 개발의 선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한 북한의 외줄타기 곡예가 공중에서 충돌한다면 이라크전을 능가하는 포화가 한반도를 여지없이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일단 발발하면 양보란 없다. 전쟁이 일어나기전 양보와 타협으로 전운(戰雲)을 걷히게 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론임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반세기전에 치른 전쟁으로 하여금 헤어진 가족들이 지금도 피붙이를 찾으며 절규하고 있지 않은가. 전쟁은 이런 인륜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경제기반을 여지없이 파괴하고 만다.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승리는 자명한 일이다.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인가, 오래 지속될 것인가 기간의 문제이지 초강대국 미국이 월남전에서 처럼 패배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다음 목표가 세계의 예측대로 북한이라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피를 흘리고 한반도가 망가질 것인가.
 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을 감안하면 가상적인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이라크전을 훨씬 웃도는 강도높은 전쟁이 예견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땅에서 전쟁은 막아야 한다. 전쟁 예방은 북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도 미국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핵개발을 볼모로 국제사회를 위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라크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북한은 상생의 줄타기를 해야지 함께 공중에서 떨어져 죽자는 식의 상살의 외교 쇼는 이제 그만 두는게 좋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 놀라듯 북한은 지금 핵개발과 더불어 공습 대피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쟁을 가정하며 대피훈련을 할게 아니라 핵개발을 포기하는게 매듭을 푸는 지름길이고 국제여론에도 순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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